<제756회> 바람에 맞서는 법(45)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참 이상하기도 하지. 젊은 남녀가 사랑을 불태우는 곳마다 어째서 살인현장과도 같은 용어가 난무하는 것일까… ‘후베이 성’과 ‘허난 성’의 경계지점에서 유호성과 현성애는 뱅글뱅글 도는 머신 위에 앉아 ‘죽여줘요! 살려줘요!’ 하고 서로 애걸하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불과 1km 남짓 떨어진 어두운 벌판에서는 강유리와 N-Dos 단의 젊은 병사가 그런 험악한 대화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따지고 보면 질투심에 눈이 먼 강유리와 그녀를 은인으로 여기는 젊은 병사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헤프닝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가만히 보니 몸매 짱이네. 웬만한 여자들 서넛은 죽이겠어.”

상대방이 알아듣거나 말거나, 강유리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군복 윗도리를 벗은 채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젊은 병사의 대흉근이며 식스 팩, 이두박근 등이 평범치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수룩하긴 해도 그 병사는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특공대원 아니었던가.

“죽여요? 오 마이 갓! 워떠케 알았세요?”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거성그룹 소속의 드라이버를 살해하라는 특명을 받고 중국으로 파견된 그 병사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만한 소리였다. 문제는… 그 병사의 한국말 해독능력이 젬병이라는 점이었다.

“나… 한쿡 말, 쪼큼 알아요. 내가 사람을 죽인다고 했셔요?”

“그러게요. 서너 명은 죽일 것 같은데요?”

비밀지령을 부여받은 특공대원으로서 그 정체가 탄로 났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병사는 순간 당황할 따름이었다. 그는 잠시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자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상대가 살인 의도를 눈치 챘다면?

“탕신… 정보요원이에요? 크러치요? 맞쥐요?”

“뭐요? 그게 무슨 헛소리? 내가 공공칠이라도 되나?”

“콩콩칠? 더블 오 세븐? 크러면… 살인면허를 가진 정보원 맞아요, 탕신.”

N-Dos 단의 젊은 병사는 순간 두 가지 행동원칙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행동원칙은 만약 거사를 벌이기 전에 정체가 탄로 났을 경우에 대비하여 실전훈련과 함께 익혀온 수칙이었다.

첫째, 정체를 알고 있는 상대를 즉시 제거할 것, 둘째, 상대를 제거하기 어려울 때엔 망설임 없이 자결할 것…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소령에게 쫓겨나면서 무장해제를 당한 상태였으므로 망설임 없이 자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독이 든 앰플을 소지했거나, 하다못해 연필 깎는 칼이라도 있어야 자결할 텐데 주위를 둘러봐도 골프채밖엔 쓸 만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강유리를 즉시 제거해야 마땅했는데… 그것도 용의치 않았다. 왜냐고?

첫째, 알몸 위에 제 군복을 걸치고 있는 강유리가 너무도 예뻤던 것이고… 게다가 자기는 딱지도 떼지 않은 숫총각이었던 것이고… 둘째, 그녀야말로 자기를 구해준 은인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게다가 아직 처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자기는 소령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사람이었다. 소령을 믿고 운명을 걸었건만 소령은 혼자서 공로를 차지하기 위하여 자기를 내치지 않았던가? 그런 인간에게 속아 귀국도 하지 못할 입장에 처했으며, 자칫 황량한 중국 벌판에서 떠돌다가 죽을지도 모를 궁지에 처해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소령에게 속아 머나먼 이국땅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자체가 우습게 여겨질 따름 아니겠는가.

“나, 자수합네다. 나… 거성의 드라이버… 죽이라고 명령 받았세요. 하지만 자수합네다. 마음 바꿨습네다. 나… 살려추세요.”

이게 무슨 소리지? 강유리는 기겁을 했다. 그 어수룩한 병사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확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모리타니아의 병사들이 줄행랑을 친 까닭도 우연은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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