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중국관광객 싸구려 취급하지 마세요. 한국여행 실망 큽니다. 비싸더라도 차라리 태국으로 갈 겁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두 번 다시 거래 안 할겁니다”
트레블카페(서울 강남구) 여행사 황금봉 대표는 최근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5년 넘게 공들여 온 중국 절강성 쟈싱(가흥시)지역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여행에 대한 불만사항을 들으며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비록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 변명하지만 이미 불신으로 깊어진 중국관광객 홀대에 깊은 한숨만 나올 뿐, 예견된 반응이었다. 벼랑끝까지 밀려왔다는 위기감과 좌절감 속에서 사흘 밤낮으로 협상 파트너를 설득해 간신히 송객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치열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인 관광객 수는 7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한 반면에, 일본인 관광객은 69만8000명으로 22.5% 감소했다. 2012년 중국관광객의 한국 방문자수는 283만명 이었다. 국내 여행업계는 그 풍요를 누리기는커녕 적자관광에 허덕여야 했다. 천원 팔아 40원도 못 남긴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보다 더 심각한 것이 내실 없이 성장하는 이른바 영양실조 걸린 관광산업의 현주소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중ㆍ일 관광객 방문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그 원인이 드러나 있다. 한국여행을 다녀간 중국 관광객의 61.5%가 먹거리에 대한 불만이었고 48.7%가 숙박에 대한 불만이었다. 저질 저가상품의 악순환이 전체 관광산업을 곪게한 방증이다.
향후 5년 이내에 외국인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부르짖고 있지만 주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한국여행의 이미지는 최악을 넘어 여행 기피국가로 제쳐둘 만큼 위험수위에 도달해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먹고 자는 문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제값을 내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 이에 반해 국내 여행업체 입장에서는 워낙 저가 여행상품이라 수익은 고사하고 적자를 보전할 궁리에 서비스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의 관광산업 토양을 척박하게 만들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현지 관광설명회 빈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다수가 외면당하고 있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중국관광시장에서 외면당하면 우리는 설 자리가 없다. 그야말로 관광 빙하기에 직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무턱대고 가격만 낮춰 저가상품을 과감하게 버려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중국시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레블카페 황금봉 대표는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하여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다분히 획일적이고 특색 없이 무덤덤하게 제공하는 여행코스를 여행객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했다. 관광은 루빅스 큐브처럼 복잡하고 다양하다.
여행객의 취향과 욕구에 맞추는 커스텀 메이드- 맞춤형 여행상품으로 뜯어 고쳐 재구성한다. 평면 설계가 아닌 3D 입체설계다.
중국 절강성은 약4700만 정도 인구를 가진 중국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성이다. 황대표는 절강성 상해 인근 도시인 가흥시에서 맞춤형 투어상품 설명회를 갖고 송객계약을 체결해 첫 번째 결실을 거뒀다.
중국인 여행 대표단 20명이 오는 10일부터 4박5일간 일정으로 고품격 팸투어 맛보기 여행일환으로 서울과 부산, 경주 등을 방문한다. 주요 체류일정은 서울2박 및 경주와 부산을 거쳐 상해로 귀국한다. 서울에서는 북촌마을 한옥탐방과 금박공방 체험, 유람선 선상뷔페, 광화문 별밤 축제 참관하며 이튿날 건강검진 상담까지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3,4일차는 경주와 부산일정을 통해 부산, 울산, 경주 관광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러한 일정은 얼핏 밋밋해보이지만 다양한 단계의 여행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4단계 분석을 통해 일정과 코스를 결정한다.
1단계는 여행단체의 성격을 파악한다. 즉, 국적별, 연령별, 성별, 규모, 여행시기, 방문지 등을 고려해 투어맵을 포지셔닝 한다.
2단계는 항공편 및 수송과 숙박, 의전 여부 등을 고려한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선택관광 요소를 제시한다. 도자기 만들기, 공방체험, 한옥체험과 같은 체험투어나 다양한 먹거리로 구성된 식도락, 이색 이벤트, 이색쇼핑 등 10개 카테고리에 10여가지의 요소를 결합하면 자기만의 개성을 한껏 살린 독특한 투어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
4단계에서는 계절별 관광특징을 결합하여 지역별 정기축제 및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다양하게 펼쳐지는 축제를 가미한다. 이러한 4단계를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개성 넘치는 고품격 여행일정으로 여행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관광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계성이 유기적이지 못하여 관광시너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저가시비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던 종전의 관광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가장 좋은 호텔, 가장 맛있는 음식, 가장 멋진 자기만의 여행을 다녀왔다는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맞춤투어’ 기획의 본질이다. 제값 받고 고급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이상의 싸구려 시비도 사라질 것이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에게 이미지 개선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절강성 가흥시 100여개 여행사를 통해 약 1만여 명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현지 여행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정착할 경우 트레블카페를 통해 연간 30만명 정도 중국관광객을 송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약 2000억원 규모다. 이 도시 인구 저변 약500만명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이다. 문제는 맞춤형 고품격 투어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비록 과감한 투자를 필요로하는 외로운 첫 걸음이지만 이를 통해 관광 2000만명시대의 명운을 좌우할 혁신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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