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이돌, 걸그룹의 위기다. 아이돌은 히트상품의 주기별 곡선에서 변곡점을 지나 내리막세를 타고 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걸그룹이라는 상품은 전성기와 함께 피로도와 식상함도 함께 오며 존재감을 빛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싸이, 버스커버스커, 악동뮤지션, 로이킴, 허각, 이하이, 조용필 등 개성적인 음악적 색채로 무장한 뮤지션과 오디션 스타들이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6월, 2세대 걸그룹으로 데뷔한 씨스타<사진>는 걸그룹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고 있다. 지난 11일 발매된 정규 2집 타이틀곡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는 공개와 동시에 LTE급 속도로 차트 올킬을 기록하며 14일 현재 4일째 음악사이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씨스타의 선전은 이번만이 아니다. 데뷔곡인 ‘푸시푸시’에 이어 ‘가식걸’ ‘니까짓게’ ‘쏘쿨’ ‘마 보이’ ‘나혼자’ 등을 연속 히트시켜도 “걸그룹이 잘나갈 때니까”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는 걸그룹 위기가 이미 시작된 때다. 그런데도 씨스타는 지난 한 해를 통틀어 멜론 등 연간 음원차트에서 10위 내에 든 곡을 ‘나혼자’ ‘러빙유’ 등 무려 두 곡이나 올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도 경쟁했다. 올해 1월 씨스타의 유닛 씨스타19가 내놓은 ‘있다 없으니까’는 무려 두 달 동안 음원차트 1위에 올라 있었다. 업계에서는 씨스타의 이상 선전 사례를 연구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걸그룹은 섹시함을 노린다. 춤은 섹시함을 표출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다. 씨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씨스타의 경우는 효린이 ‘불후의 명곡2’를 통해 가창력을 크게 인정받아 ‘한국의 비욘세’로 불리면서 팀의 실력과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그러니 섹시미의 급이 달라졌다. 실력을 갖춘 ‘건강섹시’ 또는 ‘절제된 섹시함’이 된 것이다. 가창력이 담보되면 다소 야한 춤을 춰도 춤이 곡 속에서 용해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씨스타는 아이돌이지만 아이돌 같지 않은, 걸그룹이지만 뮤지션 같은 느낌을 주는 팀이 됐다.

‘나혼자’와 ‘있다 없으니까’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와 최고의 조합을 이뤘는데, ‘기브 잇 투미’는 이단옆차기, 김도훈과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냈다. ‘기브 잇 투미’는 ‘탱고’적 요소에 긴박감 넘치는 스트링이 더해져 사랑에 아파 하는 여자의 슬픔을 효린의 보컬로 절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효린의 허스키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이스와 메인 보컬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음색이 좋은 소유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10~20대들은 당연히 또래의 걸그룹을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 아저씨들도 7080 콘서트에 나오는 가수와 음악보다 효린과 보라, 소유, 다솜을 더 좋아한다. 음악을 듣는 주요 매개체가 MP3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며 음악 소비 연령대가 10대부터 50대까지 넓어진 것도 가창력을 갖춘 씨스타에게는 호재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