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실무접촉 합의서 초안부터 김양건 통전부장 구체적 명시… 개성공단 문제도 모호하게 표현”
외교원칙 무시한 막무가내 폭로 남남갈등 불붙이려는 포석
북한이 13일 남북당국회담의 무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며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막장 드라마’를 썼다. 상호신뢰의 원칙에 따라 협상 과정 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임에도 불구하고 협상 전모를 밝힌 것. 이는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 사회 내 남남 갈등을 조장해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9∼1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 실무접촉에서 ‘남측이 합의서 초안에 북측 대표단 단장으로 김양건 당 중앙위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고 공개했다. 북측은 그러면서 “개성공단 중단사태까지 연결하면서 심히 중상모독하는 횡포 등 무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며 “불손하기 그지없는 도발행위에 대해 사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남북 장관급 회담을 추진했던 우리 정부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상대역으로 김 부장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공개됐지만, 실무접촉 합의서 초안에 ‘김양건’의 이름을 적시해 요구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8일 김 부장의 개성공단 방문 직후 공단 가동 중단과 북측 근로자 철수를 선언한 것을 거론하며 회담 의제인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김 부장이 단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또 남측이 합의서 초안에 회담 의제인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정상화나 재개라는 표현을 빼고 모호하게 해놓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남북당국회담 예정일 하루 전인 11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연락관 접촉 뒷얘기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대변인은 “준비를 갖추고 평양을 출발하려던 차에 남측으로부터 이번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통일부 차관으로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면서 “서울에 나가는 것을 부득불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판문점에서 남북이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 명단을 교환한 당일 오후 1시께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을 포함한 북대표단이 평양을 출발, 개성에서 하루 묵은 뒤 회담 당일인 12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서울에 입성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또 “판문점 연락통로를 통해 우리(북)와 같은 장관급 수석대표가 나오도록 거듭 요구했으나 (남측은) ‘남북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당국자가 통일부 차관’이라고 강변하면서 부당한 주장을 끝까지 고집했다”며 “(남측이) 도리어 우리 대표단 단장에 대해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라느니 ‘비정상적 관행’이라느니 ‘상식과 국제기준에 맞지 않다’느니 하며 참을 수 없이 험담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협상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북한은 2011년 남북 당국간 비밀접촉을 폭로하며 “남측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양보 좀 해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 북한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공식적인 대북 대화를 포기했고 금상산 관광과 경협활동이 완전 중단에 들어갔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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