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복합기 판매량 5위권에 들어가는 일본 굴지의 전자업체 샤프가 삼성전자 브랜드를 단 복사기 제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과거 국내 기업에 부품 및 완제품을 주문하던 일본 기업이 이례적으로 주문 생산 업체가 되는 격으로 한일 전자 업체 간 신세가 역전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샤프가 삼성전자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복사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샤프가 삼성전자의 전 세계 판매망을 활용할 경우 자사의 복사기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도 A3 용지(297x420㎜)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고성능 복사기를 확보함으로써 판매 대수를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샤프는 한때 삼성전자가 복사기 사업 인수를 타진했을 때 거절했지만 OEM 납품은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량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앞서는 샤프가 이 같은 계획을 검토 중인 것 자체가 업계의 드문 사례로 꼽힌다. 실제 리서치업체 ‘데이터 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복합기(복사기, 프린터, 팩스기 등을 통합한 기기) 판매대수(추정치)에서 샤프는 12.5%로 5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2% 안팎의 점유율에 그쳤다.
샤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악화된 재무 상태를 개선시키려는 몸부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샤프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5453억엔의 손실을 입으며 1년새 손실 규모가 1700억엔 더 커졌다. 이에 일간공업신문은 샤프가 각종 가전제품, 복사기 사업 등 삼성전자와의 제휴사업을 확대해 재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샤프에 104억엔(1234억원)을 출자함으로써 샤프 주식의 3%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샤프의 삼성전자 OEM 공급 검토에 따라 아사히신문은 삼성전자가 샤프에 추가로 출자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