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지난 16일 밤 9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왔다. 가출팸을 이룬 10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근 벤치에 앉기 시작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A(17) 군에게 무슨 일로 경찰서에 왔냐고 물었다. “이유가 있으니까 경찰서에 왔겠죠”라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아무말 없이 벤치에 앉았다. 적막함과 고요함 속에 5분 정도가 지났을까. 10대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누나는 무슨 일로 경찰서에 왔어요?”

기자는 “나도 이유가 있으니까 여기 있겠지”라고 말했다.

2달 전, 가출 팸을 만들었다는 7명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면서 묻고 싶은 질문은 단 한 가지였다. 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30분 정도 대화가 흘렀을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던졌고,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몇 초 지나지 않아 A(17) 군이 대답했다.

“그냥 하루하루 사는거요. 원룸하나 구해서 라면먹고 게임하고 살면 돼요. 나중에 아르바이트 하면 그 정도는 벌잖아요.”

당황한 내 표정을 보았는지 낮은 목소리 톤으로 그가 말을 이어갔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 엄마는 집을 나갔대요. 초등학생 때 엄마 따라 아빠도 나갔고… 할머니랑 둘이 살았는데 할머니는 다리가 좋지 않으시니까 나가진 못하시겠죠 뭐.”

말을 마친 그가 혼자 피식 웃었다. 그러자 B(15) 양이 말을 가로챈다. “오빠, 왜 그래 갑자기. 언니 이 오빠가 우리 팸 아빠예요. 사고도 제일 많이 쳤고, 물건도 제일 많이 훔쳤고.”

머리카락이 빨간 C(15) 군이 말을 거든다. “이 형 전과 9범인가 10범인가 그럴껄요?”

으쓱한 듯 가출팸 아이들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그러자 A 군이 자신의 지난 범죄 경력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강도 짓을 했었어요. 절도는 해봤는데 강도는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인터넷에서 조건만남으로 어떤 아저씨를 모텔로 불러내서 돈을 뜯어내려고 했죠.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저도 강도짓 처음이라 떨려서 화장실에서 담배만 피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 아저씨가 저를 보고 계단으로 갑자기 도망가버리는 거예요. 그날 경찰차 5대가 모텔 앞에 온 걸 보고 ‘소년원 가겠구나’ 생각했죠.”

경찰에 잡히고 전과도 쌓이는데, 범죄를 저지르는 것 말고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A 군이 대답했다. “경찰한테 잡힐 게 무서운 채로 물건 훔치면 그날은 꼭 잡혀요. 경찰에 잡히든 안잡히든 나는 모르겠다 해야 경찰에 안잡히고…”

그때였다. 가출팸의 일원으로 보이는 다른 친구가 저 멀리서 달려와 “가자”고 소리쳤다. 그러자 A 군과 B 양이 경찰서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나머지 친구들도 종종 걸음으로 따라 나섰다. 마지막으로 경찰서를 나선 머리카락이 빨간 C 군이 먼발치서 소리치는 들려왔다. “누나, 저희 이제 여기 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