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파장은…
실물경제 여파는 제한적
“발언 강도가 생각보다 ‘세다’.”
정부와 시장은 19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면서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과민반응을 의식해 양적 완화 조기 종료 관련 언급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의외로 버냉키 의장은 출구전략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당장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이고, 덩달아 국내 주식ㆍ외환시장 역시 혼돈에 빠졌다.
정부는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애초 예상보다 이를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실물경제로의 전이 가능성은 아직 낮은 만큼 섣부른 단기 대책보다는 국내 외환 흐름을 24시간 살피고 필요 시 미세 조정을 통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에 정책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실물경제 여파는 제한적=양적 완화 축소로 주가 하락과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단기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11포인트나 떨어진 1861.20에서 출발했다. 특히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더 빠져나갈 경우 ‘주식ㆍ채권ㆍ외환시장’의 트리플 약세가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쇼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실물경제의 전이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출 등의 호조로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한국의 대응력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모간스탠리는 최근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국별 대응 능력 평가’에서 “한국 금융 부문이 외환보유액(3281억달러), 무역수지 흑자(16개월 지속), 예대율(95.4%) 등에서 신흥국 중 양호하다”고 평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과잉 상태여서 언젠가는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며 “조정 기간에 금융시장이 단기간 출렁일 수 있겠지만 실물경제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GDP)을 0.1%포인트가량 낮추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이른 출구전략, 하반기 경제 운용에 변수=미국의 출구전략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 움직임이 하반기 우리 경제에 최대 변수로 부상하게 됐다.
정부는 출구전략 가시화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가동할 계획이다. 필요 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미세 조정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양적 완화 종료에 따른 국제 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은 섣부른 시장 개입보다는 출구전략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정부는 양적 완화의 추이에 따라 일본 ‘아베노믹스’ 여파와 맞물려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미국의 양적 완화 중단 및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최근 웅진 및 STX 등 대기업의 부실과 맞물려 기업 자금 사정의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출구전략의 선제 조건으로 내세운 경제 회복 여부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며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순매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아직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운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미국이 양적 완화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함에 따라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의사 결정을 당겨서 할 수 있게 됐다”며 “개방도가 큰 나라일수록 이런 움직임에 예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응 전략을 준비해놓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남현ㆍ안상미ㆍ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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