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많은 사람이 ‘재(財)테크’로 돈을 불릴 궁리만 하지, 부채를 관리하는 ‘빚테크’에는 비교적 무관심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이 만성화된 시대엔 오히려 재테크보다 빚테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조금만 사고를 전략적이고 유연성 있게 가져간다면 최근의 저금리 상황을 부채 정리의 기회로 삼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야말로 빚테크를 ‘빛테크’로 만드는 것이다.
<1> 숨은 빚을 찾아라=우선 나도 모르는 ‘숨은 빚’부터 찾아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보유한 부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금 갚아야 할 부채가 얼마인지, 매달 이자로 얼마나 나가는지를 물었을 때 잘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숨어 있는 소소한 빚도 모으면 꽤 큰 금액이 되므로 부채 현황을 남김없이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주택담보 대출,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보험약관 대출, 친구ㆍ친지 등 주변에서 빌린 돈 등 빚을 종류별로 빠짐없이 나열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월 상환액, 금리와 만기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매달 부채 상환 총액을 순소득으로 나눈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0~30%를 넘어섰다면 일단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총 부채는 전체 소득의 36%, 주택 관련 부채는 28%를 상회하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금융자산을 줄여 부족한 대출 상환자금을 충당하려면 세금 등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을 잘 비교해 낮은 것부터 해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2> 저축 병행은 금물=빚테크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빚을 갚는 데 쓰기 위해 예금이나 적금을 드는 일이다. 말하자면 대출과 저축을 병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주 수익원은 ‘예대마진’이다. 예금금리보다는 대출금리를 높게 매겨서 이익을 남긴다. 그러니 은행이 손해 볼 작정이 아닌 다음에야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높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요즘 은행권의 정기예금금리는 1~2%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또 금리가 같아도 세금 등을 떼고 나면 대출금리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저축을 해서 대출을 갚는 것은 ‘밑지는 장사’다. 저축을 병행하기보다는 빚 갚는 데에 매진하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부채 상환의 우선순위도 중요하다. 이자 부담을 감안하면 보통은 ▷금리가 가장 높은 대출 ▷(또 같은 금리라면) 금액이 가장 적은 대출 ▷만기가 가장 빠른 대출 순으로 갚아나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연체일 수가 오래된 대출 등 신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악성 부채는 금리와 관계없이 먼저 정리해 추가적인 신용 하락을 막는 것이 현명하다.
또 한 달 지출 내용을 보면 생활비와 대출이자, 교육비, 할부금 등 도저히 긴축이 어려운 지출이 많은데 빚테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면 지출 우선순위의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대출 상환자금을 최우선 지출 순위에 둬야 한다.
<3> 금리 비교 꼼꼼할수록 좋다=대출이자가 싼 곳으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대환대출자들은 우선 눈여겨볼 것은 중도상환수수료다.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대출상환액의 1.5% 이내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수료를 고려해 기존대출과 신규대출의 금리차이가 1.5% 이상 벌어졌을 때 갈아탈 것을 권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대 중후반을 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는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져 지금이 갈아타기에 적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저금리를 찾기에 앞서 현재 받고 있는 대출 잔액, 대출 기준금리 및 실질 대출금리 등도 확인해봐야 한다. 그래야 손익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한도도 체크해 봐야 한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이 내려갔기 때문에 LTV한도가 낮아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소득이 줄었을 경우에도 DTI(총부채상환비율한도)에 걸려 대출 가능금액이 낮아질 수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조건이 완화되고 혜택은 강화된 ‘생애최초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잔금일을 기준으로 요즘 담보 대출금리 변동 폭이 큰 만큼 한 달 전에 알아보는 것도 좋다.
<4> 빚은 한 바구니에=중도상환 수수료와 설정비 등 관련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각종 대출을 한곳으로 모으는, 이른바 ‘채무 통합’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대출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각각의 대출 조건이 다르다면 이를 유리한 조건의 대출 쪽으로 합치는 것 등이 그 예다. 이렇게 하면 자금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되는 것은 물론, 체계적으로 상환 스케줄을 만들어 이행해 나갈 수 있다. 대출을 리모델링할 경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등 금리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이 필수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금리 상승 리스크를 금융회사에 전가하는 대가인 셈인데, 대출 기간이 길고 금리 상승 기대감이 있을 때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변동금리 대출은 대출 기간이 길지 않고, 고정금리 대출과 금리 차이가 많이 날 경우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 신용도를 높이면 대출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용도를 높이려면 급여이체, 신용카드 사용 실적, 적립식 펀드 또는 주택청약통장 등 여러 금융상품 거래를 주거래 은행 계좌로 집중해야 한다.
<5> 서민금융 제도를 활용하라=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빚테크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제2금융권과 사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물어야 했던 6~10등급의 저신용자라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과 한국이지론의 ‘환승론’ 등을 통해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다. 바꿔드림론은 금융사에서 20% 이상 고금리 채무를 진 사람이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 중일 때 저금리로 전환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금리는 10% 안팎 수준이다. 환승론은 상담을 통해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기존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서비스다. 대부업체 등의 3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20%대의 2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한 상품이다. 대부업체 대출이 3건 이하일 경우 이용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1000만원이다.
어쩌면 빚은 우리에게 숙명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요즘 같은 시대엔 한푼의 대출도 없이 내 돈만으로 무엇을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과감히 빚을 내는 모험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빚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엄연히 빚은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분수’에 맞는 빚테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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