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8회> 바람에 맞서는 법(27)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불후의 명곡 ‘옛사랑’에 나오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신희영은 콧방귀를 뀌곤 했다. 지겹다니, 조금 전처럼 블라우스 단추가 튕겨나가도록 가슴이 벌렁벌렁해지는 게 바로 사랑의 느낌 아닐까?

속옷 한 장만 걸친 꽃미남이… 바닥에 떨어진 블라우스 단추를 빙자해서 제 몸 위로 덮쳐온 사실을 그녀는 러브 액츄얼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랑을 목적으로 한 열정적인 행위! 그야말로 러브 액츄얼리 아니겠는가.

신희영의 등판과 꽃미남 박박진진의 앞가슴 사이에는 0.1mm 정도 두께의 얇은 블라우스 한 장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둘은 알몸으로 끌어안고 있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박박진진이 숨을 들이쉬면 신희영의 심장은 미모사 잎처럼 오그라들고, 그가 숨을 내쉬면 그녀의 귓등으로부터 목 언저리까지 소름이 돋곤 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여자가 단추를 찾았다고 이실직고 할까? 이미 블라우스 단추는 그녀의 손아귀에 얌전히 들어 있었지만 그녀는 주먹을 움켜쥔 채로 이리저리 소파 밑바닥을 더듬거릴 뿐이었다. “단추가 깊숙이 굴러 들어갔나 보죠?”

“글쎄요… 비싼 단추인데…”

“더 깊숙이 손을 넣어 볼게요.”

“그래요, 어… 어머나!”

본능이었겠지. 천하의 꽃미남 박박진진의 지겟작대기로부터 순간 괴력이 뻗쳐나기 시작했다. 그 힘찬 용틀임을… 아무리 할머니로 향해가는 여인이라 할지라도 모를 리 있으려고? 신희영은 고양이처럼 엎드린 자세에서 에로틱한 감정을 마냥 느끼던 중이었다.

“더 속으로 글러 들어갔나 봐요.”

“여기에도… 없는데요?”

“그럼 더 깊이 넣어 봐요. 난 팔이 짧아서…”

“이렇게요?”

얼마나 황홀한 순간인가? 얼굴 번듯하고, 몸매 탄탄하고, 목소리 나긋하고… 게다가 아직 20대 후반임에 분명한 꽃미남이 그녀의 등판에 앞가슴을 밀착시키고 있는 이 순간! 신희영이 어찌 낙원을 꿈꾸지 않을 손가?

그런데… 하필이면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걸려온 강준호의 전화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좀 빼줘요, 웬 놈이 자꾸 집어넣으려고 한다니까?”

이런 염병! 신희영은 참다못해 발끈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뭘 빼려고 그래요? 좀 집어넣으면 어때?”

한국말은 참으로 해석이 어려운 법일까? 얼떨결에 기묘한 자세로 돌입하게 된 박박진진은 제풀에 겨워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중이었다. 하긴, 아직 20대 후반… 상대가 치마만 둘렀어도 호기심을 갖는 나이에 속옷 차림으로 후배위 자세를 연출하고 있었으니… 신희영이 전화기에 대고 호통을 치는지, 제 자신에게 호통을 치는지 판단할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회장님… 여기에서요?”

“좀 빼달라고요.”

“난 몰라, 그냥 집어넣으라고 해요.”

넣어달라는 것인지, 빼달라는 것인지… 신희영을 중심으로 한 남자는 전화기에서, 또 한 남자는 등 뒤에서 각자 해석을 달리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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