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대비 달러 강세 美투자 급증 1분기에만 12억3800만弗 빠져 해외 ETF투자는 5개월새 10배 증가

거액 자산가 L 씨는 지난해 7월 미국시장에 ADR(미국주식예탁증권)로 상장된 노키아 주식을 매수했다. 당시 노키아는 2007년 32달러에 달하던 주가가 1.69달러까지 하락했고, 인력감축과 사옥 매각의 구조조정에 나선 때였다. 노키아는 올해 1월 4.5달러까지 주가가 올랐고 L 씨는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수익률 125%를 거뒀다. 원화환산 시 수익률은 98%였다.

슈퍼리치들이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의 투자 규모를 줄이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엔화 대비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미국시장으로의 투자가 급증세다. L 씨처럼 일본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미국에 상장된 일본 관련 종목 투자가 늘고 있다.

이 중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로의 투자는 종목보다는 지수를 추종해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미국 상장 일본 ETF의 경우 엔저에 따른 일본기업의 실적 상향에 베팅하되 환차손은 피하는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자산가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미국을 통해 하는 셈이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에서 미국시장으로 투자한 규모가 12억38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투자 규모인 16억6300만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가 한 분기에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일본시장으로의 투자자금은 크게 줄어 지난 1분기 66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억4500만달러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는 “엔화 약세로 일본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요타나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등에 직접 투자하는 자산가도 있다”면서 “하지만 환차손으로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 미국에 상장된 일본 ETF나 AD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까닭에 해외 ETF 투자 규모는 급증세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24억5000만원 규모이던 해외 ETF 투자가 5개월 만인 지난달 10배가 넘는 302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각 증권사의 해외 ETF 거래 상위권에 S&P500이나 MSCI지수, 금을 추종하는 ETF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시장에 상장된 일본 ETF가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미국 상장 ETF 가운데 S&P500이나 금을 추종하는 ETF도 인기지만,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재팬 ETF도 투자 상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엔화약세베팅랩을 출시한 KDB대우증권이 담은 프로셰어즈 울트라쇼트 엔ETF도 미국에 상장된 엔/달러 상승률의 2배 만큼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ETF로, 엔화 약세에 힘입어 국내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편 예탁원을 통한 외화증권결제 현황에서도 미국시장 투자종목 가운에 일본과 영국, 스위스 등 선진증시 대표 종목을 편입한 아이셰어즈 MSCI EAFE ETF에 1406억원이 몰리며, 국내에서 2000억원 가량이 투자된 아이셰어즈 S&P500ETF에 이어 두 번째로 투자 규모가 컸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