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 2TV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 시즌2를 통해 세상에 존재를 알린 밴드 장미여관. 덕담으로라도 잘생겼다고 말하기 힘든 외모를 가진 다섯 남자들의 어색한 흰색 수트 차림과 가슴에 매달린 붉은 장미는 그 자체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싱어송라이터 유영석 등 심사위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무대에서 이들이 선보인 자작곡 ‘봉숙이’는 얼핏 듣기에 스페인어를 연상시키는 능청스러운 사투리 가사로 심사위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무대에 대해 유영석은 “음악을 잘하시네”라고, 신대철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음악을 잘하고 사람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을 가진 밴드가 첫 정규 앨범 ‘산전수전공중전’을 발표했다. 장미여관의 멤버 강준우(보컬ㆍ기타), 육중완(보컬ㆍ기타), 임경섭(드럼), 윤장현(베이스), 배상재(기타)와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산전수전공중전’이라고 타이틀을 정한 이유에 대해 강준우는 “첫 앨범을 내기까지 멤버 각자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이 앨범은 우리와 우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장미여관은 데뷔 2년을 갓 넘긴 ‘신인’이지만, 데뷔 전까지 멤버 각자의 음악 활동 경력은 십 수 년에 달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한줌의 빛도 들지 않는 좁은 고시원 방을 전전한 일도 있었고, 음악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몸을 다쳐 악기를 잡기 어려워진 일도 있었다. 이들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단 생각으로 도전한 것이 ‘톱밴드’ 출전이었다.

육중완은 “밴드의 방송 출연이 힘든 현실 속에서 ‘톱밴드’는 우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비록 8강에서 탈락했지만 ‘톱밴드’를 통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으로 얻을 수 있었다”고 그간의 변화를 전했다.

앨범엔 오랜 시간 사귄 커플의 권태로움을 복고풍의 연주로 풀어낸 타이틀곡 ‘오래된 연인’을 비롯해 멤버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썼다는 가사가 인상적인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 혼자 사는 남자의 애환과 일상을 공감각적으로 묘사한 ‘하도 오래되면’, 타향살이의 서글픔을 절절히 그려낸 ‘서울살이’ 등 12곡이 담겨 있다. 이전에 발표된 싱글들과 비교해 한결 높아진 녹음 수준이 가장 먼저 귀에 느껴지는 변화다. 그러나 장미여관 특유의 생활 밀착형 가사가 주는 퀴퀴함과 페이소스는 여전히 짙다.

장미여관은 앞으로의 목표를 ‘공감할 수 있는 즐거운 음악’으로 요약했다. 강준우는 “‘봉숙이’의 라이브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라며 손을 맞잡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가 원색의 정장을 무대의상으로 고집하는 이유도 오로지 관객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육중완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못친소’ 편에 꼭 출연하고 싶다”며 “여기 ‘메시급’의 ‘못친소’ 다섯 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래봬도 우린 모두 애인이 있다”고 유쾌하게 웃어보였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