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통위 직후 한은 직원이 한 달 만에 금리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내놓은 빈약한 논거를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시장은 침묵하지만 한은 총재의 권위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칼럼을 통해 한은의 결정이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지 지켜보자고 썼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면서 경기 전망을 극히 비관적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동결은 ‘사건’이었다. 정치권과 경제부처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도 김중수 한은 총재의 독불장군식 결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적어도 김 총재는 일관된 시그널을 줬다. 연초부터 강연 때마다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이 당시 설명한 동결의 주된 이유는 연초 완만한 회복세에 더해, 하반기엔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관심이었다. 결과는 0.9% 성장. 정부는 물론 한은의 전망치 0.8%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하반기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과 정부의 경기예측 실력 대결이 흥미로웠다.
금리 인하의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미지수다. 시중에 돈이 남아도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와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 함정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금리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보다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금리 조정의 판단 근거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언제든 금리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4월 금통위 이후 외국 투자은행들은 올해 내 동결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한은은 인하-동결의 경계선에서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5, 6월에 금리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통위는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김 총재는 전달에 이어 이달에도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시장에 던진 말에서 동결을 점치던 시장은 황당해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금리를 큰 폭이나 내렸는데, 과연 어디까지 내려야 하는 것이냐’고 말할 정도로 동결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을 이어갔다. 금리정책보다 총액한도대출 등 신용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막상 금리를 내린 후엔 정책 공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새 경제변수가 크게 변했다는 분석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 달 동안 잘못된 시그널을 계속 시장에 보낸 것이다. 시장에서의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18년여 동안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항상 애매한 표현으로 시장을 조망했다. 월가에서는 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서류가방 두께까지 분석할 정도였다. 후임인 벤 버냉키 현 의장은 상대적으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하지만 둘 다 시장에 통화정책을 예측할 수 있는 시그널을 던짐으로써 신뢰를 확보했다.
5월 금통위 직후 한은 직원이 한 달 만에 금리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내놓은 빈약한 논거를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시장은 침묵하지만 한은 총재의 권위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나마 한은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다행이다. 한은은 법적 독립이 아니라 경제 예측력과 소통이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