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영화제 특별상 다큐‘ 춤추는 숲’의 부부제작단 강석필·홍형숙 감독
미래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 찾아 10여년전 성미산 마을살이 시작 2007년부터 공동체 마을일상 본격촬영
3부작 기획했던 소소한 삶의 기록 서울시 생태숲 훼손에 투쟁기로 전환 그럼에도 ‘희망 꿈’은 아직도 진행중…
“‘전설의 부부제작단’이라니까, 좋잖아요!” “동료로서…” “작업 파트너로서…”라며 이어가던 남편 강석필(43) 감독의 말을 듣던 홍형숙(51) 감독이 “우린 전설의 부부제작단”이라고 한 걸음 내질러 말했다. 동료든, 동지든, 작업 파트너든, 감독과 프로듀서든, 부부제작단이든, 이들을 단 한마디로 일컫는다면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23일 개봉)은 도시 한가운데 산에서 꿈꾸는 ‘다른 삶’에 관한 기록이자, 대안적 가치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이며, 새로운 공동체의 실험에 관한 보고서다.
경쟁과 효율, 속도, 이윤의 논리가 아닌 연대와 나눔, 협력,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몇 년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남편이 감독, 부인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춤추는 숲’은 지난 16일 폐막한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 경선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강석필-홍형숙 부부를 최근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성미산마을은 누가 봐도 신나고 재미있는 동네이고, 개성 넘치는 주민들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다큐 감독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소재죠. 2002년경에 저희 가족이 마을살이를 시작했고, 2005년쯤에는 ‘이곳을 한번 찍어볼까’ 했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원래는 3부작으로 기획해 1부에선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2부는 유쾌하고 신명나는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3부에선 20대까지 자란 자녀들과 그들의 부모인 성미산마을 1세대들이 어떻게 지혜롭고 성숙하게 미래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어 나가는가를 다루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바뀌었죠.”
강 감독의 말이다. 성미산마을은 마포구 성산동과 서교동, 망원동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공동육아, 대안학교, 문화생산, 생활협동조합운동 등을 하면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을로 1994년 시작됐다. 영화 초반부 마을주민인 강석필 감독이 든 카메라가 마을 어귀를 돌 때마다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들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가족과 집안까지 챙겨가며 안부를 묻는 모습은, 지금이야 시골에서조차 낯설고 드문 풍경이다. 학원과 성적표에 시달리는 대신 산에 오르고 들꽃에 말을 걸며 노는 아이들, 서로 모여 연극을 공연하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문화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주민 등 도시의 여느 곳과는 다른 ‘마을의 일상’이 펼쳐진다.
성미산마을이 태어난 지 약 20년. 애초 계획했던 3부작은 그대로 성미산마을의 소년기와 청년기, 성년기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라고 할 텐데, 2007년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0년 성미산마을은 큰 시련에 부딪혔다. 성미산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마을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의 서울시가 한 사학재단에 학교 설립 인가를 내준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굴착기에 몸을 던지고, 나무에 매달리며, 철골 구조물 위에 올라서면서까지 1년여간 시와 교육청, 재단을 상대로 치열하고 고단한 싸움을 벌인다. 다른 삶을 향한 꿈꾸기의 기록은 당면한 현실과의 투쟁기로 바뀌었다.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당대에 대한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질문과 발견’이죠. 이번 작품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다른 삶을 꿈꾸는 것은 가능하다’는 우리의 답을 담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상호관계의 미학이기 때문에 대상을 찍어가면서 감독 스스로도 변해갑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기획 방향도 바뀌죠. 성미산 싸움이 희망대로 끝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려도 낙담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 함께 있기에 다른 삶에 대한 꿈꾸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이죠.”
홍형숙 감독의 말이다. 그는 송두율 교수를 통해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이데올로기에 갇힌 한국 사회 내면의 풍경을 잡아낸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1, 2편으로 유명하다. 두 작품에서 강 감독은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들 부부는 지난 1996년쯤 다큐멘터리 제작단이었던 서울영상집단에서 만났다. 당시 홍 감독은 이화여대 시청각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실과 보도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다큐멘터리영화에 입문해 일찌감치 진보적인 영상작업을 해온 터였고, 강 감독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텍스트로서의 소통에 회의를 느끼고 영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관심” 속에서 막연하게 서울영상집단의 문을 두드렸다. 선후배로서 만났지만 곧 둘은 8살 차이 연상 연하로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서로 감독과 프로듀서로서 역할 바꾸기를 해온 이 부부의 결혼기는 곧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영화사의 한 궤다. ‘춤추는 숲’은 그만큼의 공력을 보여주는 ‘웰메이드 영화’다. 뛰어난 영상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좋은 대화법을 가졌다. 무엇보다, 졸음에 겨운 눈 비비고 나선 출근길에 나와 가족의 ‘밥줄’을 달고, ‘몇십 평’의 아파트 한 칸에 옛 꿈을 뉘여놓고, 학원 가는 아이의 뒤꼭지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딸려 보내며 위안하는, ‘대한민국의 평균적 삶’으로부터 한 번이라도 다른 꿈을 꾸었던 이들에겐 유쾌한 ‘힐링 무비’이기도 하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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