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NS 시대에 온라인 커뮤니티는 여론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힘’으로 등장했다. 그 중심에 보수와 진보 성향을 대표하는 ‘일베(일간베스트)’와 ‘오유(오늘의 유머)’가 있다. 지난해 국정원 여직원은 16개의 아이디로 ‘오유’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정치권에선 이들 커뮤니티를 예의주시한다. 유머 사이트로 시작한 두 커뮤니티가 이젠 수천만 네티즌을 움직이는 정치 사이트로 주목받고 있다.
그 흐름을 발 빠르게 감지한 쪽은 방송가다. 요즘 브라운관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정치예능’의 등장이다.
풍자와 비판을 무기로 어록앵커 최일구를 앞세운 ‘위켄드 업데이트(tvN ‘SNL코리아’)’,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강용석 변호사와 이철희 교수의 경험에서 묻어난 이유있는 비판에 김구라식 뒷담화가 조우한 ‘썰전(JTBC)’, ‘세상을 바꾸자’며 툭 튀어나온 ‘쿨까당(tvN)’은 정치시사 프로그램의 영역 확장으로 평가된다.
지금껏 정치적인 이슈를 다룬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정치인 혹은 정치평론가들이 등장하는 정치예능이 인기를 얻는 흐름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의 신개척지 발굴”이라고 평한다.
세 프로그램의 색깔과 방식은 각기 다르다.
최일구 앵커를 통해 한주간 화제의 뉴스를 전하는 방식인 ‘위켄드 업데이트’의 묘미는 ‘진행자의 논평’이다. 최 앵커는 첫 방송 당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 “인사가 만사다. 잘못된 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내가 좀 잘 안다”고 던졌고,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제1야당의 현재 모습은 정말 안습”이라며 특유의 어록행진을 이어갔다. 프로그램에 대해 안상휘 CP는 “웃기는 것만 생각해 만든다”지만 ‘위켄드 업데이트’는 이미 정치예능의 선구자 격이 됐다.
‘썰전’은 정치예능의 신흥강자다. 일단 구성원의 조합이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양갈래의 길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온 대한민국의 한 장면인 셈이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화된 대한민국 정치계를 강용석 이철희 등 두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양날개를 삼은 ‘썰전’은 두 사람을 통해 정치계의 후일담과 한주간의 뜨거웠던 뉴스를 도마 위에 올린다. 두 MC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계 에피소드는 현실감을 더하고 수위높은 발언은 국민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기도 하고, 뺨을 때리기도 한다. ‘독한 혀들의 전쟁’이다.
'쿨까당'은 정치시사의 진화를 보여준다. '쿨까당'은 사실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리돼있다. 하지만 "재밌게 풀어보자" 취지는 다르지 않다.
곽승준 전 대통령 소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중심이 된 '쿨까당(쿨하게 까는 하이브리드 정당)'은 '정당 리얼리티쇼'를 표방해 우리 사회에서 문제라고 인식하는 부분을 찾아 대안을 찾아 나간다. 법안 발의의 형식을 통해서다.
tvN 측 관계자는 "법안이 다소 황당무계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추구하고 있다"면서 "보수와 진보가 넘쳐나는 토론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나아가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방송 6개월차, '쿨까당'의 성과는 만만치 않다. 진선미 의원은 지난 1월10일 방송에 출연해 4만 소방관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를 약속, 실제로 '소방히어로법'을 국회에 올렸다. 지난해 11월 22일 방송된 '인터넷 게임 교과목 편입법'도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에 의해 같은해 12월 발의됐다. 브라운관 안에서 ‘정치예능’의 시대가 열리며 관심을 모으는 것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안철수 의원의 대선 전 행보에서 보듯 “정치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정치가 정치인들의 공유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대중과 함께 가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방송사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정 평론가는 지적했다. 실제로 ‘썰전’의 경우 최근 ‘종편채널의 한계’가 심심치 않게 지적되며 양진영의 균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 평론가는 때문에 “각 방송사의 입장에서 정치권의 영향을 받고 눈치를 보기보다는 정치이야기가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치적인 소재도 브라운관에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면 정치예능은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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