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선동렬 KIA 감독은 2013 프로야구 개막 전 “한화가 롯데와의 개막 2연전서 연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가지 숨은뜻이 있었다. 우선은 한화가 롯데에 2연패하면 그 다음 만날 KIA전서 연패를 끊기 위해 ‘독하게’ 나올 거라는 우려. 또 하나는 9년 만에 현장에 돌아온 스승 김응용 한화 감독이 복귀전 2연패로 마음이 크게 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장면2. 김응용 감독은 3월30일 롯데와 사직 2차전 선발에 다나 이브랜드를 예고했다. 다른 구장에서 이를 전해들은 선동렬 감독은 짐짓 놀랐다. “어? 우리한테 안나오네?” 홈 개막전이자 KIA와의 첫 만남이 될 2일 경기서 이브랜드를 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KIA전 선발은 국내 투수가 된다는 얘기. 고개를 갸웃하는 선 감독에게 기자들이 “KIA에게 세게 안나오시려나 보죠” 농을 던졌다. 선 감독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장면3. 하지만 KIA전 선발 김혁민은 사실 선동렬 감독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김응용 감독이 ‘신임하는 카드’였다. 김 감독은 한화의 토종 에이스 부족에 대한 질문에 “우리에게 왜 없냐. 김혁민이 해 줄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친정이자 제자의 팀을 만나는 것과 상관없이 투수로테이션에 따라 선발투수를 냈을 뿐이다.
#장면4. 2일 대전구장. 사제 간의 사령탑 첫 맞대결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많은 기자들이 두 감독이 만나 손을 맞잡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둘은 비밀리에 잠깐 만났을 뿐 공개된 자리에서의 만남을 피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기자들이 몰려와서 사진을 찍자고 그럴까봐 뒤에서 조용히 만났다. 맨날 보는 사이이고 적인데 무슨 깊은 이야기를 하겠냐”며 웃었다.
#장면5. 드디어 경기 시작. 한화 선발 김혁민은 김 감독의 계산대로 믿음직했다. KIA 타선을 압도하는 묵직한 볼과 공격적인 투구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취점도 기아의 몫이었다. 1회말 오선진과 김태완, 김태균의 3연속 안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김혁민은 3회 2아웃을 잡아 놓고 김선빈에 볼넷, 이용규에 몸 맞는 공을 내준 뒤 김주찬에 3루타를 얻어맞았다. 한화 우익수 조정원의 악송구가 더해져 김주찬마저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3-1로 뒤집었다. 한화는 4회 어렵게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 또다시 김주찬에게 2타점 쐐기 적시타를 헌납하며 사실상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장면6. 김주찬에게 5점째를 내준 순간 김응용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덕아웃 뒤로 사라졌다. TV중계 카메라는 덩그러니 비어 있는 김 감독의 자리를 보여줬다. 시즌 전 사석에서 “예전과 달리 전 경기가 중계되고 카메라가 너무 얼굴을 많이 잡아 감정표현하기 겁난다. 부담스럽다”고 한 그였다. 더구나 김혁민을 두들긴 김주찬은 다름아닌 김 감독이 한화 부임 후 “반드시 잡아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던 FA였으나 결국 KIA에 빼앗긴 선수였다. 사라진 김 감독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장면7. 김응용 감독이 덕아웃을 떠난 순간, 건너편의 선동렬 감독은 특유의 알듯말듯한 어정쩡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 감독은 오랜 시간 김 감독과 함께 하며 투수교체 등 많은 노하우를 배웠다. 하지만 이날 두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과 스타일을 비교하긴 힘들었다. 한쪽이 너무 일찍 무너졌다. 결과는 KIA의 9-5 승리. 경기 후 선 감독은 “기회 올 때마다 집중력을 살려 득점한 게 좋았다. 김주찬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했다. 스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제 대결 2라운드는 3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anju1015@heraldcorp.com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