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46% 강제수용 인근 대체부지도 찾기 어려워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낙동강 삼각주의 비옥한 토양위에 60년의 재배역사를 자랑해온 ‘대저 토마토’가 최근 심각한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17일 강서구청과 대저농협 등에 따르면 강서구 일대에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으로 농지 수용대상에 포함되는 농민은 모두 650여명이며, 이들 가운데 90여명이 대저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전체 대저토마토 재배면적 250ha의 46%에 이르는 115ha에 농사를 짓고 있으며, 재배농가의 90% 가량이 임대농으로 대체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저지역 농가들은 토마토를 비롯해 대파, 화훼 등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특히 당도가 높고 짭짤한 맛으로 지난해 지리적 표시 제86호로 지정된 ‘대저 토마토’를 생산하는 농가가 가장 많다. 지리적 표시는 60여년의 재배역사와 특별한 맛 등을 고려해 지정된 만큼, 지역을 벗어나면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탓에 농민들의 대체부지를 대저동 내에 마련해 달라고 부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수용예정지가 대부분 대저2동의 농지에 집중돼 있고, 이곳 90여 농가들은 부산시가 이번 개발로 수용되지 않는 인근 대저1동에 대체부지를 마련해 토마토 농가들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용계획이 확정되면서 인근 대저1동의 농지가격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3.3㎡당 평균 100만원 수준이던 농지가격도 이미 10%가량 올랐고, 농지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일종의 ‘소개비’까지 등장했다.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한정된 대저동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15년간 토마토 농장을 운영해온 장상철(43세ㆍ대저흙사랑농장 대표) 씨는 “일방적인 개발논리에 밀려 젊음을 모두 바쳤던 농장을 수용당하게 됐다”며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제는 실업자가 될 것 같다”고 부산시의 대책을 호소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토마토 농가들의 상황은 잘 알고 있지만 임대료도 제각각이고 현재와 같은 규모의 대체부지를 찾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면서 “임대 농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저 토마토 농가의 또다른 문제는 재배농가의 90%이상이 임대농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자경율은 10% 미만이다. 특히 임대농의 경우 토지보상과는 관계가 없고, 영농보상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실질적인 농가의 피해보상 대신에 인근 경남지역 농가들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오는 9월부터 보상을 실시할 방침이다. 시설투자와 기술개발을 토대로 높은 소득을 올려온 대저토마토 농가들의 실제 소득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농민들은 이런 기준의 보상으로는 이미 임대료가 폭등한 대저1동에 농지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다. 대저동을 벗어나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고, 농지를 구입할 자금도 없어 대대로 지어온 토마토 농사를 포기해야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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