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 ‘땡큐’는 요즘 유행하는 관찰형 리얼 다큐 중 하나다. 연예인이나 사회 명사 등 3~4명이 함께 여행하면서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고민과 속내, 일상을 보여주며 교감한다.
‘땡큐’의 미덕은 함께 모아놓기 어려운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은 ‘땡큐’만의 특징이다. 지드래곤은 “제가 언제 발레리나 강수진, 개그우먼 김미화, 배우 차인표 선배님 같은 분과 1박2일 여행을 떠나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로드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프로그램은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답답한 실내에서의 토크는 작가가 쓴 대본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짜여질 수밖에 없지만 야외에서 걸어다니며 나누는 대화는 토크 주제나 상황이 열려 있어 순간적으로 경험한 것에 대한 즉각적이고 보다 진솔한 반응이 나온다.
어른이든, 아이든 삶의 무게는 버겁다. 앞만 보고 빨리빨리 달려가야 하다 보니 놓치는 게 너무 많았다. 압축 성장한 한국은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땡큐’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처지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놓치고 지나친 것은 없는지, 또 잊고 살아가게 되는 고마운 것들을 새겨보면서 서로 힐링한다.
차인표의 진행자 같지 않은 진행은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데에 제격이다. 차인표가 메인 MC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면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이 날 것이다. 차인표도 똑같은 여행 동반인으로 출연자와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한다. 차인표는 나눔ㆍ봉사ㆍ선행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그 이미지가 ‘땡큐’라는 프로그램의 색깔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이질적인 출연자 조합과 속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땡큐’의 큰 장점이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씨가 “어릴 때 사고 치며 자란 환경으로 보면 신창원과 나는 비슷하지만 작은 사랑의 차이로 범인과 경찰로 달라졌다”는 말은 토크쇼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차동엽 신부,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김중만의 가족과 인생 이야기도 의미와 가치를 안겨주며 힐링 효과를 가져왔다. 비올리스트 용재오닐이 평생 해녀로 살아온 할머니들 앞에서 즉흥적으로 열었던 ‘섬집 아기’ 연주는 특별한 감동을 자아냈다.
똑같은 여행지라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눈 덮인 강원도 깊은 계곡에 혜민 스님이 가는 것만으로 새로운 그림이 나온다. 차동엽 신부가 배우 장서희, 허정무 축구감독에게 들려주는 ‘꿈의 시장에 불황은 없다’는 토크는 연예인과 신부가 소통한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함을 제공한다.
‘땡큐’는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재미’를 주고 ‘관심’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삶에 대해 과도하게 성찰하는 자세와 진지한 분위기는 의미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가기는 어렵다. 좋은 이야기도 반복되면 듣기 싫어진다. 4~5%에 머무는 시청률은 그 고민을 말해준다. ‘땡큐’는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떨쳐내야 한다. 데뷔 20년 만에 주연을 꿰찬 장서희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명언이 자꾸 나오면 프로그램은 망한다. 출연자가 ‘여기는 분위기가 이런 곳이지’ 하고 미리 정해놓고 토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흔히 ‘땡큐’ 같은 다큐 예능은 백지영과 조혜련 같은 게스트가 ‘한풀이 토크’를 하고, 김지수와 남희석이 과거 스타병을 걸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는 ‘성장형 토크’를 하며 공감을 자아내는 방식을 쓴다. 여기서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웰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석양 산책, 강아지 쓰다듬기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별다른 강박 없이 그냥 보고 있어도 좋고, 웃음이 나오는 것이 ‘땡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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