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 ‘카페 12pm’, 건물 재건축으로 계약 만료 전 나가야 할 신세
-건물주, “계약 이후 재건축 승인, 월세 체납에 의한 명도소송 …합법적 조치”
-마포구청 “사정은 딱하지만 민사적인 부분에 공공기관 개입 불가능”
-홍대 상권 뜨면서 유사 사례 증가…‘홍대 앞 상가세입자연대’ 발족 초읽기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재건축 세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도시 정비사업에 따른 재개발 및 재건축은 세입자 강제퇴거를 금지토록 하는 보호망이 있지만 개인 소유 건물의 재건축의 경우는 법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할 근거가 없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계약에 의한 ‘민사’로 공공기관이 개입하기도 어렵다. 서울 홍대 앞 등 최근 번화가로 떠오르고 있는 상권을 중심으로 이런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상태다.
권구백(47) 씨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지상 3층 건물에서 82.6㎡ 크기의 공간을 임대해 2011년 9월부터 커피전문점 ‘카페 12pm’을 운영 중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7월 재건축이 결정되며 철거 직전에 놓인 상태다.
사실 권 씨는 현재 ‘불법 점거’ 중이다. 재건축이 승인되면서 건물주는 지난해 9월까지 자리를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장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임대료 214만원을 7개월 이상 밀린 상태라 보증금 20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 재산과 대출금 1억6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차린 권 씨에겐 버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건물주가 지난해 8월 서울 서부지법에 제기한 명도소송에서도 패하면서 언제 강제 퇴거 당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달 27일에도 법원 집행관이 명도 집행을 위해 가게에 찾아왔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의 저지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 씨는 건물주가 계약 당시 재건축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책임과, 구청이 재건축 승인 당시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분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 28일 마포구청에 접수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건물주와 해당 구청에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일단 건물주의 재건축 신청이 임대 계약보다 9개월 뒤인 2012년 5월에 이뤄졌다. 또 명도소송이 임대 계약 기간 중 제기됐지만 권 씨가 월세를 3개월 이상 밀린 상태였으므로 상가임대차법에 의한 임차 기간 보장도 받을 수 없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건물주가 재건축 신청 시 세입자 보호 및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 마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민사적인 부분으로 억울한 사항이 있다면 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해부터 재개발ㆍ재건축ㆍ뉴타운 정비사업 지역 내에서 주민 이주를 진행할 경우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세입자를 보호하는 ‘강제퇴거금지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개인 건물 재건축은 대상이 아니다.
최근 홍대 상권을 중심으로 권 씨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입자들이 모여 ‘홍대 앞 상가세입자연대’을 결성하는 등 집단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엔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김예찬 진보신당 서울시당 간사는 “홍대 인근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기존에 있던 세입자들이 계속 쫓겨나는 상황이다. 홍대의 독특한 문화는 카페, 클럽 등을 운영하는 다양한 세입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런 부분을 무시한채 건물주들이 재산적 이익만을 생각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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