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 잘못 탄 주파수 정책…ICT중흥 밑그림부터 오점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 관리 유지 분배·재배치도 주파수심의委로 쪼개져 IPTV등 세계적 방통융합 추세 역행 지적
복잡해진 업무 분장 산업계엔 되레 덜미 시어머니만 늘어 불필요한 규제증가 우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역설해온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통 끝에 출범하게 됐다. 그러나 기존 방송통신위원회, 통상산업부, 안전행정부, 문화부 등에 산재된 ICT 관련 업무를 넘겨받지 못하면서 ICT 중흥을 제대로 이룰지 우려를 낳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과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한데 모아 800여명 규모의, 다섯 번째로 큰 부처로 재탄생시키는 큰 그림이다. 하지만 주파수 정책 분리 등 우려했던 방안들이 확정되면서 급변하는 ICT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냐는 데 벌써부터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불편하고 어정쩡한 동거=방송은 물론 주파수 정책과 관련해서도 통신용은 미래부가, 방송용은 방통위가 관리하며 어정쩡한 동거관계가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 신규ㆍ회수 주파수의 분배 및 재배치 심의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가 맡는다. 이미 학계과 업계를 중심으로 “융합환경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파수 정책 분리로는 ICT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을 역임한 임주환 고려대 객원교수는 “국가의 자원인 전파를 놓고 정쟁을 벌이며 여야가 국가의 이익을 내쳤다”고 비난했다.
통신, 방송, 위성통신, 군통신, 컴퓨터의 블루투스 등 사회 곳곳의 신경망과도 같은 주파수를 나눠서 관리하다 보면 신기술 개발과 효율적인 재배치 등이 부처 간 이기주의에 짓눌려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융합 추세는 현실화된 상태다. 가입자 700만명에 육박하는 IPTV는 시청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방통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T스카이라이프가 도입을 추진 중인, 접시안테나가 필요 없는 위성방송도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넘나든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주파수를 나눠 관리하던 국가들도 방송통신 융합 추세에 따라 통합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시대역행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 “여러 명의 시어머니”…산업계 혼란=일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융합형 신산업 창출에도 미흡하고 되레 규제의 덫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ICT융합 산업의 한 축인 항공,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에 활용되는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SW)를 비롯해 정보통신 표준화 부문, e-러닝을 포함한 지식서비스, 정보보안산업, 휴대용 기기 관련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그대로 남게 된다. 대부분의 전자정부 업무와 정부통합전산센터 업무는 안정행정부에 남고 융합형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은 교육부가 맡는다.
부처 간 업무 분장이 복잡해지면서 산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예컨대 IPTV 업체가 셋톱박스에 융합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임베디드 SW에 대한 협력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야 하고, 채널 관련 규제를 받기 위해서는 방통위를, 결합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미래부를 찾아야 하는 ‘트릴레마’에 빠질 처지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이건 누가 봐도 가르마를 잘 못 탄 모양새”라며 “융합기술을 진전시켜 새로운 상품,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전진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불필요한 규제와 경쟁만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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