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여성9명 성폭행혐의 국과수에 용의자 DNA 감정의뢰 미제사건 과학수사에 결국 덜미

30대 초반 딸둔 평범한 가장 이면엔 성폭행·강도강간 잔혹함 경찰 여죄여부 추적 수사확대

서울 서부권 일대에서 여성 9명을 연쇄 성폭행한, 일명 ‘서부 발바리’가 11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성폭행 사건이 경찰의 과학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200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1년 동안 서울 마포구ㆍ서대문구ㆍ은평구 일대에서 혼자 사는 여성 9명을 성폭행하고 56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강간 등)로 A(55ㆍ무직) 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02년 10월 2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성산동 소재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홀로 잠을 자고 있던 20대 여성 B 씨를 성폭행하고 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등 올 1월 30일까지 약 11년 동안 여성 9명을 성폭행하고 5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주로 심야시간대에 불이 꺼진 집을 무작위로 침입해 금품을 훔치고 여성이 혼자 사는 경우엔 성폭행까지 저질렀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성폭행 피해자만 9명에 달한다.

10년 가까이 연쇄 성폭행과 절도를 일삼던 A 씨는 올 2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2월 28일께 서울 녹번동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을 하려다 실패하고 도망간 A 씨를 지난 5일 검거해 수사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A 씨의 DNA에 대한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 2002년부터 발생한 8건의 성폭행 범죄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1월 30일 관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의 DNA도 A 씨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2001년에도 240여회에 걸친 절도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지만 성폭행 범죄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경찰 조사를 받거나 입건된 적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에 ‘DNA 신원 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절도 피의자에 대한 DNA 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는 성범죄 피의자에 한해서만 DNA 채취가 가능했기 때문에 A 씨가 절도로 입건됐어도 성범죄 전력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고가의 수입 브랜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등 훔친 돈으로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인과 30대 초반의 딸 둘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치는 강도강간범의 잔혹함이 숨어 있었다. 경찰은 A 씨의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