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6회> 총칼 없는 전쟁 (4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중국은 넓고도 큰 나라다. 인구 또한 무지막지하게도 많은 나라다. 예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요즈음엔… 적어도 황해와 동지나해를 끼고 있는 동부지방에는 세련된 사람들도 많고 정보 또한 빠른 별천지가 된 지 오래다.

항저우에서 시작하여 주야장천으로 1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는 자동차경주대회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측은 어김없었다. 이번 대회의 핵은 북조선 영토를 통과하여 달리는 것이란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성과에 따라 한국에서 곧 시작될 대통령 선거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이란 사실만은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이 경기를 기화로 아랍의 토호세력들이 무시무시한 음모를 자행하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의 유수한 자동차기업 거성에서 에어 뮬의 일종인 ‘로열 골드’의 성능을 최종 테스트하려 한다는 사실도, 그 ‘로열 골드’의 드라이버인 권도일과 코-드라이버인 현성애가 거성의 간판 드라이버인 유호성 선수를 사막 한가운데에 파묻으려 한다는 사실도 전연 모르고 있었다.

하물며 한국의 유수한 자동차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모략으로 8등신 미녀 골프선수인 강유리가 고비사막 한복판에서 유호성 선수와 은밀히 상열지사를 벌이려 한다는 기막힌 사실을 그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

“중국집에 불났군.” 어마어마하게 몰려든 인파를 보며 유호성이 내뱉은 일갈이었다. “저 많은 사람들 뇌리에 유호성 선수의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죽도록 달려야겠지요?”

이건 굳이 제 손에 복수의 피를 묻히지 않고도 유호성을 제거하고 싶은 현성애가 되받아친 말이었다. “아무렴, 죽도록 달릴 거예요. 우리 거성의 명예가 유호성 선수 어깨에 달렸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북한의 김정은이 두 눈 벌겋게 뜬 채로 보고 있을 텐데… 우승 아니면 까무러치기지요.”

이 역시 유호성이 제풀에 뒤집어지길 바라는 권도일의 후렴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세계 언론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FIA에 등록도 하지 않은 경기, 이를테면 번외경기이기 때문이었다. 축구와 비교하자면 국가대항 A매치 게임이긴 하지만 월드컵과 같은 족보 있는 경기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니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 속에서도 마땅한 언론사 기자들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신화통신 기자밖엔 없잖습니까? 하다못해 KBS, MBC 기자도 없어요. 왜들 이러지?”

유호성이 양 볼에 바람을 가득 넣은 채 비죽거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비싼 돈 들여가며 이마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게 허사라는 마음이 들었던 때문이었다. 그는 열화처럼 터질 카메라 세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늘 푹 꺼진 이마가 핸디캡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 앞서 이마가 도톰해지도록 보톡스와 필라를 곁들인 시술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열성을 보였던 것인데…

“염병, 우리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늦게 도착해서 찬밥 신세가 됐나요? 기자들이 다들 어디로 샜지?” “염려 말아요. 내일 출발선상에는 기자들이 관중보다 훨씬 더 많을 테니까.” 권도일은 이렇게 그를 다독였다. 하지만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랠리대회로 인해 유호성의 허세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기를 그는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허세의 바람아 불어라! 그 바람으로 인해 그의 인생에 망조가 스며들도록.

랠리 카를 몰고 산악지대를 달릴 때에는 그야말로 냉철한 이성과 침착함을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허세를 좋아하는 유호성은 그 허세로 인해 냉철함과 침착함을 잃어야 마땅했다. 그것이 권도일이 기대하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웬걸, 낭패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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