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의 위상이 꽤 높아졌다. ‘개그콘서트’ 출연 개그맨들이 다양한 CF에서 발견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현상이다. 경기 불황으로 다들 힘들어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의 마케팅은 고급보다는 중저가 마케팅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연예인 중 서민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는 개그맨들이 가장 잘 어울린다. 이는 웃음을 주는 개그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음도 의미한다. 과거에는 개그맨을 ‘웃기는 사람’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신뢰성을 지닌 존재로까지 여겨진다.

직장 상하관계의 부조리함을 웃음으로 풀어낸 ‘갑을컴퍼니’나 구매한 물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데에 부자들이 더 심하다는 ‘정여사’ 등 ‘개그콘서트’의 공감 개그나 사시풍자 개그가 인기를 끌면서 그 속에 있는 가치까지 시청자의 마음에 은연중 자리 잡게 된다. 개그맨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웃음을 주는 사람의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뒤집어보면 우리가 그만큼 웃음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웃음의 경쟁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여자도 웃길 줄 아는 남자를 좋아한다. 웃음이 사람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막힌 관계를 뚫어주는 역할을 하는 건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병만이 ‘정글의 법칙’에서 말이 안 통하는 원주민과 친해지는 방법은 그들을 웃기는 것이었다. 김병만은 지금까지 6차례 오지를 방문하면서 만났던 원주민들을 모두 웃기는 데 성공했다. 김병만은 “오지의 원주민들도 구봉서ㆍ배삼룡 선배님이 했던 슬랩스틱 동작을 해주면 많이 웃었다”면서 “웃음의 공감 요소는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걸 확인했고, 이를 통해 원주민과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기 강사인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는 신지식을 엔터테인먼트화해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큰 효과를 봤다. 지식과 유희를 겸한 ‘코멘테이터 또는 지식에듀테이너의 시대’를 예견했다는 그는 독일 유학 중 유럽 방송을 통해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보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싸이가 외국인들의 마음을 연 데에도 웃음 코드가 크게 한몫했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본 대다수 서양인의 첫 반응은 웃음이었다. CNN 앵커는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웃겨서 50번 이상 봤다고 한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는 “유머의 효용 가치는 슬프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코미디나 웃음을 희화화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웃음제작자로서의 애로를 전했다.

물론 좋은 웃음을 만들어야 비타민이 되고, 말초적으로 웃음을 유발시킬 때는 마약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웃음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열린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그것은 상황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경직돼 있다. 특정 사안을 웃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과 대가는 엄청나다. 정치나 노사분규, 가족관계에서 웃음과 유머가 개입된다면 사회적 비용 발생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한국인은 분노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웃어야 한다. 하지만 잘 웃지 않는다. 웃기기 위한 만우절의 거짓말도 머쓱해진 지 오래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이제 웃기고 웃을 일만 남았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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