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경기침체에 동일본대지진, 강진과 쓰나미, 원전폭발로회생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긴가민가하지만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꿈틀대는 모양이 역력하다. 잃어버린 10년을 한방에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그 기세가 마치 4월 벚꽃 같다.
얼마 전 다녀온 대구 동성로 거리는 어두웠다.
동성로의 밤은 이곳이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대구백화점 뒷골목에는 휴업 또는 폐점한 상가가 즐비했다. 대구의 신도시격 수성로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상인들은 이구동성이다. “손님이 너무 없어요. 대구 경기는 죽은 지 오래됐습니다.” 한 집 건너 식당 아니면 병원이다. 돈이 만들어지는 시설은 죽어가고 소비할 곳만 즐비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설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환경 및 정책방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가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이어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기업투자 및 생산성 부진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이웃 일본의 노골적인 아베노믹스, 신흥국 성장 둔화 등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요인들이다.
우리나라의 장기 저성장은 새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일본은 어떤가. 장기 경기침체에 동일본대지진, 강진과 쓰나미, 원전폭발로 회생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긴가민가하지만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꿈틀대는 모양이 역력하다. 잃어버린 10년을 한방에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그 기세가 마치 4월 벚꽃 같다.
아베 신조의 자민당 정권이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는데 그 기간 치고는 상당한 변화다. 무모하기까지 보였던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6일 83.35엔에서 94엔대까지 10% 이상 떨어졌고, 닛케이지수는 1만90.05에서 지난 26일 1만2471.62로 2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995.04에서 1983.70으로 0.56% 하락했다. 일본 완성차 주가는 펄펄 나는 반면 엔화 약세 충격으로 현대ㆍ기아차 주가는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부진했다.
대규모 양적완화가 근간인 아베노믹스는 바로 이런 현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계속 보여줌으로써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이 회복해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닫혔던 지갑이 열리게 된다. 실제 일본의 소비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일단 금융시장에서 한껏 분위기를 전환한 일본은 이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나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바깥으로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경기부양 차원에서 10조원 전후의 추가경정예산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창조 경제’의 힘이 필요해 보인다. 손톱 및 가시를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 회복과 경제 체질개선에 대한 보다 강한 의지와 정책을 보여줄 시점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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