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3회> 바람에 맞서는 법(2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FIA의 공식 인증을 받은 경기였다면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북서 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서 출전한 4명의 군인들은 공인된 선수 등록증도 없이 5개국 관통 랠리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국제 지원단체로 위장하여 두 대의 머신을 지원한 N-Dos단의 체면치레와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출전한 사실에 점수를 얹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360여대의 머신을 타고 출전한 700여 명의 선수들 중에서도 가난한 북서 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서 출전한 그들 네 명의 선수들을 경계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비록 와랑 사막에서 벌어진 소규모 경기에서 우승을 했다지만… 까짓, 어린아이 팔 비틀기 아니겠냐는 자만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런… 촌놈들!”
이번 5개국 관통 랠리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부족했던 탓일까? 이동구간과 다름없는 초입 언저리부터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은 전속력으로 머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무려 1만km를 달려야 하는 경기, 그나마 기록도 인정되지 않는 구간에서 전력을 다하는 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암탉 한 마리가 뛰니까… 수컷 촌닭 네 마리가 따라서 뛰는군.”
첸탄강의 경치를 관람하듯 천천히 줄지어 달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그들은 어김없이 촌에서 날뛰는 암탉, 수탉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수탉들은 그렇다 치고… 암탉이란? 바로 첫 번째 골프 쇼를 벌이기 위해 안칭으로 먼저 내달린 강유리를 비꼬는 말이었다.
하지만 참새가 어찌 봉황의 깊은 뜻을 알까? 암탉 강유리는 안칭에 미리 도착하여 CF 촬영을 위한 비서관들과 촬영감독, 그리고 촬영 팀을 만나 오늘 밤 9시 뉴스에 걸게 될 첫 번째 작품제작협의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 유호성 선수가 앵글에 먼저 들어오면… 2초 후에 강유리 선수가 전속력으로 치고 들어오는 겁니다. 조감독은 그때에 맞춰서 대형 선풍기를 돌리라고!”
“흙먼지 날리는 광활한 벌판에 1974년 산 치타가 모습을 드러낸다? 왠지 콘티가 엉성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엔 오히려 고요한 벌판에 치타가 달려오면서 뒤로 흙먼지가 일어야 제격일 것 같은데요?”
“그렇지? 뭔가 이상하지? 이거 정말… 콘티가 엉망이라 미치겠어.”
“당장에라도 콘티를 수정하면 되잖습니까, 감독 님.”
“몰라서 물어? 이게 유민 회장의 뜻이라고. 스토리 전개도 역시 엉성해. 먼저 비키니 아가씨가 1974년 산 치타를 추월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야 제격인데 말이야.”
“광고라곤 전혀 모르는 회장님이 어째서 CF 제작에 팔을 걷어붙이고 간섭을 하실까요? 정말 답답하네.”
“제 아들 좀 띄워보자는 의도겠지, 염병.”
감독과 조감독은 본사에서 파견된 세 명의 비서관들 뒤에서 투덜댔다. 하지만 어쩌랴, 왕초가 박으라면 박아야지.
당장 오늘 밤 9시 뉴스 이전에 걸어야 할 CF 광고였으니 수정할 틈도 없이 제작을 끝내야만 했다. 안칭과 서울 간의 시차는 두 시간, 벌써 이곳 현지시각으로 오후 5시가 되었으므로 뉴스 시작까지는 두 시간 밖에 여유가 없었다.
“감독님, 단 한 번에 촬영을 마쳐야겠지요? 리허설도 없이 그게 가능할까요?”
강유리가 비키니 스타일 옷자락의 주름을 펴면서 이렇게 물었지만 감독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물론 그녀도 감독의 대답을 들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CF 형태를 빌리긴 했지만 이번 촬영은 엄연한 생중계나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 다짐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자… 브라 끈을 이 정도로 허술하게 묶어놓고…’
첫 방송부터 화끈해야만 할 터… 그녀는 브래지어가 잘 벗겨질 수 있도록 매듭을 조절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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