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최근 대리로 승진한 A(33) 씨는 점심시간마다 한의원을 찾아 ‘수면침’을 맞는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불안해서’ 시작한 새벽반 영어 회화 학원 덕에 수면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일과 중 졸음을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만성피로회복침’이라고도 불리는 이 침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온 직장인들로 늘 북적인다.
A씨는 단순 수면 시간 부족보다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잠의 질이 낮은 게 문제 같아 수면클리닉에 등록할 생각도 하고 있다. 최근 숙면에 좋다는 ‘아로마테라피’ 등 숙면을 도와주는 제품도 써 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A씨의 사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평균 수면시간 최하위인 ‘수면부족 공화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현주소다.
한 국내 여론조사 기관은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35분’에 불과하다는 조사를 내놓기도 했다. OECD평균(8시간 22분)보다 두시간이나 부족한 셈이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 따르면 불면증 등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수는 2009년 26만여명에서 2013년에는 38만여명으로, 4년새 46% 급증했다.
이렇게 늘 수면 시간이 부족한 한국인들은 수면 카페나 수면침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피로 회복과 숙면을 ‘구매’하고 나섰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이른바 ‘숙면 산업’이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전문의들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간에 햇빛을 많이 못 보고 신체활동량이 적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수면의 질이 저하된다”면서 “낮에 짬이 나면 햇빛을 쬐면서 밖에서 걸어야 한다, 그래야 밤에 잠을 취하는 멜라토닌이 분비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면 카페 등에서 30분 내외의 짧은 낮잠이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낮잠이 더 길어지면 야간 수면의 질은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잠을 적게 자도록 만드는 문화 등 한국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람들은 옛날부터 욕심이 많고, ‘근면성실 하게 살자’는 문화적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면서 “노동이 아닌 휴식시간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전자파에 끊임없이 노출 되면서 수면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노동 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노동 생산성은 세계 최하위”라면서 “이런 경제 논리나 직장의 구조 속에 진정한 여가 생활이 삶에 뿌리내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터 중심으로 이뤄진 우리 사회의 구조를 개선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
* 사진설명=서울 강남구 일대 수면클리닉의 모습. 전문의들은 숙면을 위해서 낮에 햇빛을 쬐고 걷는등 신체활동을 해야 하고, 낮잠은 자더라도 30분을 넘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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