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Job Good Job <2> 어느 취업준비생의 1승을 위한 사투

면접관들 여자에겐 질문조차 안하고 최종면접자만 채용인원 3배 납득안가 세계 10위권 명문대생도 줄줄이 낙방

채용 줄인다는 뉴스보면 가슴 ‘철렁’ 시험 몰리는 A매치날엔 퀵까지 동원 한달뒤면 설인데 친척보기 두려워…

#이번이 여섯 번째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박주옥(가명ㆍ여ㆍ27) 씨는 최근 석 달 동안 최종 면접에서 다섯 번이나 미끄러졌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은 무난히 통과하는 편이지만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고 있다.

박 씨의 ‘취업 스펙’은 화려하다.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학 출신으로, 토익 점수는 950점(만점 990점)을 넘고, 토익 스피킹(영어말하기) 성적도 상위권에 속한다. 공기업 입사지원의 필수요건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높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왔다. 최근에는 주2회 모임을 갖는 면접스터디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학과 성적이다. 박 씨는 4.5점 만점에 3.42점으로, 중간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박 씨는 최근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면접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스펙보다 외모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형수술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면접을 앞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단장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박 씨는 “면접을 한 번 보러갈 때마다 메이크업을 하는 데만 10만원씩 든다”면서 “계절이 바뀌어 새로운 옷을 장만할 때는 족히 60만~70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 씨는 지난 2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해오다 지난해 초부터 공기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동기생보다 3년 정도 늦었다. 때문에 격일로 학교 도서관과 취업학원만 오가며 밤낮없이 책을 잡았다.

지난해 8월까지 스펙 쌓기에만 몰두했고 하반기 채용 시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공ㆍ사기업 50여곳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20여곳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5곳에서 최종 면접을 봤다. 단 ‘1승’이 필요했지만 낭보는 없었다. ‘최종 면접 5회’라는 자신감보다 취업 전선에서 전패했다는 패배감이 더 크다.

박 씨는 새해 들어 “기업이 채용을 줄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압박감을 받는다.

“정부에서는 이공계 졸업생의 취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문계 출신이 취업하기 더 어렵다”면서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친구는 세계대학순위 10위권에 드는 미국 명문대를 나왔지만 면접까지 가는 비중은 30%밖에 안된다. 해외파도 옛말”이라고 전했다.

#박 씨는 “취업할 때 여전히 성차별이 있다”면서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A지하철공사의 경우 최종 면접에 올라온 구직자의 70%가 여자였지만 스터디 모임에서 확인한 결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사람은 대부분 남자였다고 말했다. B발전소의 최종 면접은 6명이 1개조로 구성됐는데 박 씨가 속한 조는 모두 여자였고, 이 중 합격자는 단 1명도 없었다.

박 씨는 “채용 인원의 2~3배수가 최종 면접 대상자로 선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면서 “C기업 면접관은 ‘여자는 면접 준비를 너무 잘해 물을 게 없다’며 남자에게만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은 ‘A매치’가 있는 날이면 차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A매치는 기업체의 입사시험이 몰리는 날을 일컫는 말이다. 인ㆍ적성검사가 하루에 7번이나 겹치는 날도 있었다. 주요한 이동수단은 오토바이다. 택배기사나 오토바이를 갖고 있는 선ㆍ후배를 섭외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 씨는 “A매치가 있는 날이면 체력이 바닥난다”면서 “ ‘취업전쟁’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 달 후면 설 명절이다. 크면서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던 박 씨지만 요즘 부모님은 물론 친척을 보기가 부담스럽다. 부산이 고향인 박 씨는 평소 같으면 이미 고향 집에서 쉬고 있을 때다. 박 씨는 설 전까지 한 곳에서도 입사 통보를 받지 못할 경우 올해는 서울 자취방에서 나홀로 설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