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학교 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주위의 애정 어린 관심에 목 말라한다. 어른들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예방을 위해선 적극적인 상담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학교 폭력의 양상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일까? 원인과 해결방안을 알고 있는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원인과 해결방안이 틀린 것은 아니었을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접근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학교 폭력 해결 방법으로 흔히 쓰이는 방법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리다. 몇몇 시ㆍ도 교육청은 고교 신입생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강제로 분리 배정하는 전형 방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연 분리만이 해결책인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졸업 후 교문 밖을 나서면 결국 이래저래 함께 세상에 비벼져 살아가야할 사이인 것을 간과한 해결책은 아닌가?
20일 오후 11시 5분 학교 폭력을 주제로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2부 ‘소나기 학교’ 편이 방송됐다. ‘소나기 학교’ 편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리란 기존의 해결 방법에서 벗어나 이들을 한 공간에 10일 간 합숙케하며 화해의 장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소나기 학교’에 모인 14명의 학생들이 어른들에게 말하는 언어와 이들 사이에 오가는 언어는 판이했다. 첫 날 비교적 평온했던 ‘소나기 학교’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이들에게 익숙한 학교의 모습을 닮아갔다. 가해학생들은 자신들끼리 담배로 어울리며 엉뚱한 질문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등 일탈의 모습을 보였고, 피해학생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안절부절 못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상황을 견디지 못한 몇몇 학생들 사이에선 주먹다짐 등 갈등이 불거졌다. 개개인 면담에선 알기 어려웠던 학교폭력의 맨 얼굴은 이들이 한 공간에 있을 때 비로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심리검사 결과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자존감이 낮았고 부모와의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었다. 부모의 관심에 목말라 마음속에 쌓인 우울감을 폭력 등 분노로 표출한 학생들은 언젠가부터 학교 폭력의 가해학생이 돼 있었다. 우울감을 참은 학생들은 우울감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어 학교에서 겉돌다 피해학생으로 고통을 겪었다. 소통할 수 없는 부모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감추는 데 급급한 학교는 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온전히 받아주지 못했다. ‘소나기 학교’는 학생들을 규칙으로 억압하는 대신 자율을 주고, 이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귀 기울이며 이해와 소통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학생들은 조금씩 서로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소나기 학교’의 마지막 날, 학생들은 부모 앞에서 핸드벨로 웨스트 라이프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연주했다. 핸드벨은 한 명이 두 개밖에 연주할 수 없어 완벽한 팀워크가 이뤄져야만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학생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하모니로 부모를 감동시켰다. 역할은 작을지언정 쓸모없는 소리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연주를 통해 깨닫고 또 증명해보였다. 이 같은 변화 과정을 보여준 ‘학교의 눈물’은 학교폭력을 학생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학교의 눈물’ 3부 ‘질풍노도를 넘어’는 오는 27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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