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귀농ㆍ귀촌 바람이 불면서 제주도에 정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도시로 나와 살다가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별 문제 없겠지만 타지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귀농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은 제주도의 경조사 문화를 꼭 알고 가야 할 것 같다.

분당에 사는 직장인 박지원씨는 지난 14일 오후 6시경 회사와 관계가 있는 A씨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제주도 토박이로 제주에 살고 있으니 항공사에 연락해 9시 티켓을 예약하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11시경 상가에 도착했으나 방명록도 없고 부의함도 없었다.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늦은 밤이어서 조문객도 전혀 없었다(나중에 안일이지만 이시간에 조문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였다). 일단 조의를 표하고 나와 자리에 앉았다. 휴대폰으로 제주도 부조문화를 검색해 보곤 깜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뭍(제주에서 말하는 육지)과 달리 제주에서는 지인에게 직접 부조금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는 사람이 두명이면 두명 모두에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럼 아는 사람이 10명이면? 역시 10명 모두에게 부조를 해야 한다.

부의함은 빈소앞에 있다. 빈소앞에 있는 부의함에는 넣어도 되고 않넣어도 된다. 부의함에 모인 부조금은 장례비용으로 사용된다. 부족할땐 각자가 받은 부조금에서 충당한다. 또 조문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만 받는다. 그리고 밥을 먹고와도 꼭 식사를 하고 가야 한다.

한 상가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고등학교 동창이 조문을 하고 나가면서 “야 너희집 때문에 빈털털이 됐다”며 너스레를 떤다. 무슨 말인가 하면 빈소에 절을 할때에 빈손으로 하기가 멋적어 일단 봉투 하나를 부의함에 넣었다. 동창에게 개별적으로 5만원을 부조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동창 동생에게는 관례대로 10만원을 별도로 주고 막내 동생은 사돈지간이어서 30만원을 줬다. 한번에 50만원 가까이 들어갔다.

부조금을 받은 상주들은 가방을 하나씩 갖고 있어 받은 봉투를 가방에 넣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받기만하면 섭섭하니 꼭 답례품을 줘야 한다. 그것도 성의를 표시한 사람 모두에게….

황당했다. 아니 그럼 친척들은 어떻게 할까?

한 사례를 들어보자. 제주도 남자를 만난 서울 여성이 겪은 일이다.

시아주버니 아들이 결혼을 한다. 시아주버니 앞으로 50만원, 신랑(조카) 앞으로 10만원, 신부(신부가 이불이나 한복을 예단으로 보내오면 예단값에 돈을 더 보태서 신부에게 준다)에게 20만원이 들었다.

제주도는 지역적 특성상 품앗이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도시를 중심으로 경조문화가 대도시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긴 하나 농ㆍ어촌 지역은 아직 고유의 경조문화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조 문화는 과거 주민이 많지 않아 큰일이 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서 개별적으로 하게 된것 같다”며 “옛날에는 돈보다는 현물로 부조를 해 부담이 적었으나 현금으로 전환된 요즘에는 부담커져 축소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집들이 문화도 특이하다.

집들이 행사는 평생 한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인이 집들이 할때는 직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또 농어촌 마을이면 주민 모두를 초대해야 한다. 일부가 빠지면 안한만 못하다. 물론 화장지나 세제같은 선물은 안받는다. 철저히 돈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식사후에는 넉둑배기(작은 윷)놀이를 한다. 이렇게 어울리면서 공동체의식이 커진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