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부(富)가 한국 기업에서 일본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엔저 정책을 펼치면서 수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주도하는 대규모 양적완화와 엔저 기조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라는 외신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3일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수출전쟁이 본격화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엔저로 글로벌자본 韓→日=WSJ은 한국과 일본기업들이 TV, 자동차, 휴대전화 시장에서 팽팽하게 경쟁해왔으나, 최근 환율 움직임은 이같은 흐름을 극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본과 날선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대외의존도도 높은데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일본과 중복돼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수출경쟁력을 잃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초부터 서서히 시작된 원화강세와 엔화 약세 흐름은 아베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한국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섰으나, 최근 일본은행(BOJ)까지 돈을 대량으로 풀어 경기를 부양하면서 엔저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이같은 환율 흐름에 대해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안젤로 코르베타 아시아자산본부장은 WSJ에 “자산이 한국 자동차 기업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달동안 한국자동차에 투자했던 금액을 줄여 일본 자동차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기업 실적 타격 불가피=환율은 한국과 일본 기업 실적의 희비도 엇갈리게 했다. WSJ에 따르면 아베정부가 노골적으로 엔저정책을 구사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에서 도요타와 혼다의 주가가 각각 39%와 42%를 뛴 반면, 현대자동차는 0.9%로 떨어졌다.
환율 조건 악화는 한국 기업의 실적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차의 엔저 파상공세로 인해 24일과 25일 각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현대ㆍ기아차는 ‘어닝쇼크’마저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도요타의작년 영업이익은 175억달러로 전년(134억달러)보다 40.0%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영업이익은 202억달러로 작년보다 15.3% 상승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를 딛고 시총 4위에서 3위로 올라선 혼다의 작년 영업이익은 83억달러로 전년(65억달러)보다 27.6%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영업이익은 92억달러로 작년보다 11.2% 증가할 전망이다.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2년 연속 10% 이상 이익증가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이만큼 가파르지 않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116억달러였다. 이는 2011년 영업이익(99억달러)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WSJ은 글로벌투자자들이 엔저현상이 이번주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 등 한국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기업의 실적 회복에는 환율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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