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존재 숨기고 시집간 서영 3년만에 존재 들통나 이혼위기에
사과하는 아버지·화내는 남편… 모두들 자기 방식 ‘사랑’ 펼쳐 서영이 ‘홀로서기’에 진한 공감
아름답다고 꼭 쥐면 녹는 눈처럼 가족끼리도 소유보단 때론 쿨해야
한국 사람들은 가족에 대해 너무 많은 감정을 쏟는다. 드라마를 보면 지나치게 가족에 많은 감성을 집어넣는다. 가족이라면 징글징글할 정도다.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서 부모는 자식의 결혼을 반대한다든가, 찬성하는 것으로 멜로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가족이 별로 안 보인다.
그러니 한국 드라마에서의 가족은 가장 많은 사랑을 주고받으면서도, 상처도 가장 많이 주고받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자식이 부모의 속을 썩이는 경우가 월등히 많지만 부모가 자식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딸 서영이’는 아버지가 딸을 힘들게 한다. 어느 정도냐 하면 가난한 집 딸 서영(이보영 분)은 부잣집 아들 우재(이상윤 분)와 결혼하면서 시집에는 아버지가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노름으로 가산이 탕진됐던 서영은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학교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결혼 3년 만에 아버지의 존재를 속인 사실이 들통나 이혼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서영은 시댁식구에게 무릎을 꿇고 빌면서 용서해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을 챙기고 협의이혼신청서를 주며 시집을 나와 홀로서기에 나선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서영의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는 딸과 사위를 차례로 만나 딸의 이혼을 막아보려고 애쓴다. 아버지를 만난 서영은 “왜 아버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는 사랑이라고 하세요? 어떻게 사위 회사에 취직할 생각을 하세요?”라고 말한다.
이 말은 가족 간이라도 자신 위주로만 하는 사랑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우재도 서영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만 사랑했다. 그러니 서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영의 쌍둥이 동생 상우(박해진 분)는 우재에게 “머리로 이해하는 게 진짜 이해는 아니다”며 서영을 이대로 놔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나마 누나 입장에서 누나의 행복을 비는 사람은 상우 정도다.
왜 많은 사람이 서영의 홀로서기를 지지할까. 서영이 3년간 부잣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별로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있는 아버지를 부정한 서영은 한순간도 편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불안하게 살면서도 남편인 우재를 믿었으나 우재는 오히려 화난 감정을 쏟아냈다. 자기 위주로 아내를 대하는 것이다.
서영은 부잣집에서 시집살이를 하며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죄인 아닌 죄인이었다. 이 답답한 심정은 남편이 풀어줘야 했다. 하지만 우재는 그러지 못했다. 서영이 한순간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때, 진한 공감을 느꼈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빚을 갚느라,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시집식구의 일을 처리하느라 희생당하고 상처받았다.
오랜만에 누리는 서영의 자유가 왜 달콤해 보였을까. 혼자 사는 집에서 늦잠도 자보고, 북카페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만화를 보며 졸아도 보는, 서영의 자신만을 위한 삶이 행복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가족과 같이하지 못한 삶이어서 안타깝다.
가족끼리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집착하기보다는 때로는 쿨한 게 좋을 때가 많다. 지난 27일 방송에서 전노민이 마술쇼를 하며 말한 것이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드러내려는 주제로 보인다.
“여기 아름다운 눈이 있다. 진짜 눈처럼 아름다운 인연이 있긴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손에 꼭 쥐고 집착으로 만든다. 눈은 손에 쥐고 있을수록 녹아버린다. 아름다운 인연일수록 소유하려 하지 마라.” 역시 소유, 집착과 사랑은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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