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 없는 전쟁 13

죽이기 위하여 살린다?

이치상으로는 도저히 맞지 않는 말이었다. 마치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요상한 말과 다를 바 없었는데… 지금 현성애의 마음에는 더할 나위 없이 꼭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장차 5개국 관통 랠리대회 도중에 유호성을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호성을 살려내야만 했던 것이다.

“사고를 당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쵸?”

“그야 모르지요. 워낙 어린애 같은 성품이라….”

“사고 나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

산악도로용 SUV의 운전석 앞에 달린 GPS 추적 장치에서는 삐-삐-삐- 하는 단말 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화면에는 하얀 점 하나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반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하얀 점이 바로 1974년 산 치타가 머물고 있는 위치였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시나요? 내심… 기대했던 일 아닙니까?”

“뭐라고요?”

권도일의 질문에 현성애가 짧게 되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 되물은 것은 물론 아니었다. 언제던가… 그녀는 권도일에게 서릿발처럼 맺혀있던 마음의 한을 고백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재벌 아들과 쌓은 사랑 탑, 그러나 너무 쉽게 무너진 그 사랑 탑….

“미안한 질문입니다만 혹시… 유호성이 멀쩡하게 살아있을까봐 그렇게 안절부절 하시는 건가요?”

“…….”

“그렇지 않다면 현성애 씨도 나와 같은 심정인가요? 내 눈앞에서 죽는 꼴을 보기 위해 그 작자를 살리려는 심정?”

이심전심,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권도일은 현성애의 심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재벌가문의 아들에게 농락당하고 휴지처럼 버려졌으니 어찌 한이 서리지 않았을까.

“…….”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악도로용 SUV는 어느새 시내를 벗어나 2차선 지방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간혹 공사 중에 드러난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마다 바퀴가 튀어 오르며 자욱한 먼지가 포연처럼 솟아오르곤 했는데, 그 와중에도 권도일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부탁 좀 드릴까요?”

“전무님께서 저에게 부탁하실 일도 있나요?”

“그럼요. 참 오랫동안 망설였던 부탁입니다.”

손가락 두께만큼 차창이 열려 있었던가? 그 틈새로 자욱한 먼지가 밀려들어왔지만 권도일은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먼지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외로 돌린 채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번 일에서 현성애 씨는 조용히 물러나 주세요. 유호성의 목숨 줄은 내가 알아서 끊어놓겠습니다.”

“…….”

그녀는 역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눈살을 찌푸린 채 비포장 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는 그의 옆모습에서 무한한 살기를 감지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앞에 말고개로 오르는 외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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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