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미니앨범 낸 3인조 남성보컬‘ 팬텀’

70~90년대생 멤버 3명 이력 특이 작사·작곡 능력도 갖춘 실력파 뮤지션

데뷔앨범속 ‘조용필처럼’인기 힘입어 이번엔 힙합필 살린 랩 맘껏 발휘

팀명?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서 차용 전 국민이 공감하는 음악 만들고 싶어

“조용필처럼 나 변함없이 노래할게/ 너의 뒤에서 너를 지켜주는 내가 될게.”

3인조 남성 보컬그룹 팬텀(키겐, 산체스, 한해)이 요즘 부르는 노래 ‘조용필처럼’이다. 잔잔하게 부르다가 이 파트에 들어서면 갑자기 산체스의 가성이 더해지면서 중독성을 유발한다. 이 노래는 나오자마자 대중의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조용필처럼’의 가사는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목적지인 조용필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근데 그 속에 좋아하는 사람도 함께 있다. 지금은 초라하고 나약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속 달려가겠다는 거다. 현재 우리의 처지, 상황과도 부합한다. 음악을 하면 애인을 지켜주기 힘들다.”(산체스)

아무래도 노래 제목에 조용필이라는 가수 이름을 쓴 게 궁금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했다. 어설픈 상술이 아니었음은 조용필을 단박에 설득했다는 데서도 나타난다. “음악인에게 조용필이라는 이름은 꿈의 동의어다. 단순히 성공만 한 것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주었다. 열정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노래를 우리 세 사람과 함께 작곡한 김도훈이 전전긍긍하면서 조용필 선배님께 갔다. 이름 사용에 대한 허락을 안 해주면 콘셉트를 다 버려야 할 판이었는데, 가사와 노래를 들어보더니 방향성이 좋다면서 바로 승낙해주었다.”(키겐)

팬텀의 멤버 구성은 특이하다. 79년생인 키겐은 일본 기후(崎阜) 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나고야에서 10년을 보내고 부산에서 지내다 음악을 하고 싶어 서울로 올라왔다. 국내 일렉트로닉 원맨밴드 ‘하이브리파인’ 출신이기도 한 그는 버벌진트의 ‘충분히 예뻐’와 김진표의 ‘아저씨’를 작곡하기도 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86년생 산체스는 11살 때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가족이민을 가 그곳에서 개최한 랩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막내로, 울산과 부산에서 살았던 90년생 한해는 그룹 블락비의 원년 멤버다.

한 그룹에 70년대생과 80년대생, 90년대생이 함께 모여 있는 팀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 장르를 좋아하고 음악생활 자체가 그들에게는 페이소스여서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세대 차이가 안 난다. 세 사람의 정신연령이 비슷해 서로 잘 맞는다. 비슷한 연령이면 싸울 수도 있다. 의미 없는 경쟁을 하지 않고, 세 사람 다 호전적이지도 않다.”(한해)

키겐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산체스를 만났고, 1여년 전 소속사를 옮기면서 뮤지션 성향의 팀을 만들었다. 상업적인 면도 갖추자는 의미에서 그 회사 연습생이었던 막내 한해를 충원해 멤버 구성을 완성했다. 그동안 미니앨범 2개, 싱글 2개를 내놓았는데 TV에 나온 건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멤버들은 모두 작곡, 작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키겐이 비트를, 산체스가 멜로디를 맡고, 각자 부를 파트의 작사는 자신이 직접 한다. 지난해 8월 발표한 데뷔 앨범의 ‘버닝’과 ‘조용필처럼’은 서정적이며 보컬라인이 강조됐지만 사실은 힙합그룹이다. 이번에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PHANTOM THEORY’의 ‘Dutch Pay’나 ‘손톱’을 들어보면 랩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멤버가 3명이면 대부분은 래퍼와 보컬의 구분이 명확한데, 팬텀은 포지션 구분이 없다. 산체스는 메인보컬이면서도 랩을 구사한다. 키겐은 “우리는 힙합만을 하는 그룹은 아니다. 팝음악과 발라드도 좋아한다. 그 틀 안에서 힙합을 접목시킨다”고 설명했다. 산체스는 “팬텀 음악은 아직 틀을 정해놓지 않고 우리도 잡아나가는 중이다. 어떤 보컬, 어떤 장르로 하자고 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팬텀이라는 팀명은 산체스가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주창하는 가상 에너지인 팬텀 에너지에서 따왔다. 팬텀 에너지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속도로 팽창하듯이 팬텀도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을 하자는 의미였다. 뮤직비디오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대본 없이 나오는 대로 만들었는데, ‘무한도전’에서 한 번 방송된 후 팬텀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를 정도로 관심이 올라갔다. 음악 프로그램보다 예능의 힘이 더 크다는 점을 알았다. 앞으로 팀 활동과 솔로 활동도 병행하겠다는 팬텀은 국민가수는 못 되어도, 전 국민이 공감하는 음악 하나는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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