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윤은혜는 작품 보는 눈이 뛰어나다. ‘궁’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 ‘아가씨를 부탁해’ ‘보고싶다’ 등 대부분의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가수 출신, 그것도 걸그룹의 막내이다 보니 데뷔작부터 각종 논란이 따라다녔다. 거기에다 ‘X맨’에서 김종국과의 러브 라인과 소녀장사 등을 포함한 예능 캐릭터까지 더해져 연기 자체로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윤은혜는 시간이 가면서 캐릭터에 대한 집중력을 살려 초반 논란을 벗어난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거치다 보니 드라마를 보는 선구안과 상황을 타개하는 내공 같은 것들이 생겼다. 최근 종영한 MBC ‘보고싶다’에서도 갈수록 이수연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갔다. 후반에는 윤은혜가 아닌 아픈 기억을 간직한 이수연이라는 캐릭터만 보였다.
게다가 윤은혜의 아역 김소현과 박유천의 아역 여진구가 연기를 잘했고, 이미 러브 라인까지 형성된 상태여서 성인역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터. 윤은혜는 최근 기자에게 “열심히 하면 논란이나 부정적인 반응들이 다 없어진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유로워지지는 않는다”면서 “‘이수연 역에 안 어울리면 어떡하지’ 하면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윤은혜는 ‘보고싶다’에서 도전이라기보다는 기존 캐릭터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로맨틱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이 아닌, 매우 어둡고 우울한 멜로의 여 주인공이었다. 성폭행이라는 사회적인 의제와 결합한 멜로를 표현하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하지만 윤은혜는 과거의 아픈 상처에 대한 기억과 상처, 분노, 증오, 복수,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과장되지 않게 잘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참혹한 일을 경험한 사람이 어떻게 상처를 견뎌내며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복원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했다.
윤은혜는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 무슨 감정일까, 나와 같이 있던 좋아했던 사람이 사람을 죽였을 때 어떤 감정에 휩싸일까 등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면서 “안 해본 것에 도전하는 느낌도 좋았지만 상처를 받았다고 계속 무거운 마음 상태로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수연이라는 캐릭터는 평범하지 않는 캐릭터이자, 너무 어려운 캐릭터였다. 해답이 없는 캐릭터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해진 틀이 없었다. 매회 눈물 신이 있었다. 평생 연기하면서 우는 정도의 눈물을 안약도 없이 흘렸다. 윤은혜는 과거를 떠올리는 게 힘든 이수연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해냈다.
윤은혜는 과감하게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배우다. 그런 소통법에 용기를 내는 배우다. 뭔가를 정해놓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은혜가 지난해 단편영화 감독으로 ‘부산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도 교수의 추천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공약은 없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배우가 윤은혜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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