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이틀째 현장을 가보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신용카드 재발급이 가능해진 이틀째인 21일. 불안한 고객들은 영업 시작 전부터 영업점 앞에서 대기했다. 성난 고객들의 카드런(카드 정지 또는 해지) 사태는 이날도 계속됐다.
카드사 3곳(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의 카드 재발급 신청만 40만건을 넘었고, 해지ㆍ정지건수를 포함하면 기존 카드 사용을 거부한 회원은 60만명 이상인 셈이다. 이번주 내 100만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40분 서울 KB국민은행 명동영업부지점. 은행 문을 열기 전 수석지점장을 중심으로 직원 20여명이 지점 내 홀에서 동그랗게 모였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 조회를 했다.
지점장은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다시 한 번 공지하고, KB국민카드 회원들의 민원 대응방법을 설명했다. 직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웠고, 몇몇은 고개를 숙이며 지시사항을 청취했다.
영업점 개장 10분 앞으로 다가오자 5~6명이 셔터가 채 열리지도 않은 은행 출입문 앞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체감기온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엄동설한 속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며 영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추위는 매섭지만 마음이 불안한 고객들이 한시라도 빨리 은행에 민원을 신청하기 위해 서둘러 온 것이다.
경기 분당에 사는 양모(42) 씨는 “어제 카드 해지 신청을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근무시간이 지났다고 안 된다고 해서 아침에 일찍 온 것”이라며 “근처 회사에 다니는데 출근해서 가방을 놓자마자 은행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정각 셔터가 올라가고 은행문이 열리자 20여명의 고객이 쏜살같이 영업점으로 진입했다. 제일 먼저 온 고객들은 창구에 바로 앉았지만, 대부분은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했다. 대기인원은 금세 30번을 넘어섰고, 은행이 문을 연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영업점은 민원고객 50~60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35ㆍ여) 씨는 “뉴스를 보니까 카드 재발급 받는 게 안전하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부모님께도 재발급이나 해지를 받으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강모(48) 씨는 “카드사나 나라에선 괜찮다고 하는데 찜찜해서 그냥 있을 수가 있어야지…”라며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이번에 정보가 털렸다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국민은행 여의도지점도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의도지점은 지점장 이하 팀장급까지 모두 창구로 나와 카드 민원에 응대했다. 국민은행 본점 직원까지 특파됐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29ㆍ여) 씨는 “출근하기 전에 들러서 카드 재발급 받으려고 왔다”며 “그런데 은행 직원들이 KB카드가 비밀번호, 유효기간 등은 노출이 안 돼 재발급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데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8시 현재 카드사 3곳(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의 카드 재발급 신청이 40만건을 돌파했다. 롯데카드는 8시 현재 4만3900건을 기록했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유출 조회는 191만건에 달했다. 국민카드도 이날 자정 기준으로 재발급 신청수가 12만6000명을 기록했고, 정보유출 조회수는 267만명으로 집계됐다. 농협카드는 지난 20일 오후 8시 현재 재발급 신청이 24만1752건으로 조사됐고, 조회수는 267만명에 달했다.
서경원ㆍ황혜진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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