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세계 각국이 경기 진작과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앞다퉈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이로인해 통화 절상 압박을 받는 인접국들이 수출 약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를 완화하면서 환율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올 들어 1월 14개국과 2월 7개국 등 21개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데 사활을 거는 양상이다.

그러나 각국의 통화정책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경쟁심화라는 점을 감안, 잠재적 위험요인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세계는 통화전쟁 중=IMF는 올 초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3.8%)보다 0.3%포인트 낮은 3.5% 증가로 하향조정했다. 중국, 유로존, 일본 ,러시아의 성장 둔화가 지속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U 가입 28개국 가운데 23개국이 디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한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부터 양적 완화에 나설 준비를 하자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 비(非) EU국들도 재빨리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ECB에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미국의 물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고, 일본 미국에 이어 지난해 1월부터 양적 완화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지난 1일 다시 0.25%포인트 내린 상태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98.8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국조차도 하강 추세가 뚜렷하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은 최근 금리인하에 나선 국가 유형을 유로존과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국가(스위스ㆍ스웨덴ㆍ덴마크ㆍ폴란드ㆍ모로코), 원유 등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호주ㆍ캐나다ㆍ러시아ㆍ노르웨이), 그 외에 대내여건이 부진한 상태로 인해 대외요인인 금리인하의 여지가 생긴 국가(일본ㆍ중국ㆍ인도ㆍ터키 등) 등 3개로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정책 완화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유가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글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불안요인에 따른 하방 리스크, 정책대응 미흡시 자국경제의 피해 등을 꼽는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지만 글로벌 통화완화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과 중국이 올해 추가 통화환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저유가 현상과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전환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변동성 확대, 자본 유출입의 불확실성 부담=통화완화는 통화공급 증대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과 투자자금의 고수익 추구 등으로 세계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부정적인 요소도 잠재하고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금융시장실 부장은 “ 잠재적 리스크가 확대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흐름의 쏠림이 심화될 경우 자산가격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몰리면서 고평가 논란이 있는 일부 자산가격이 더욱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 측면에서는 자산가격 안정으로 펀더멘털이 과대평가된 국가와 통화정책 완화에 동참하지 못하면서 정치ㆍ경제적 취약성이 표면화된 국가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 취약한 국가에서의 자금이탈 가능성도 있다.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정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나홀로 경기호황을 누리는 미국의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상황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며 “최근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보다 잠재적 리스크를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적당한 때 돈을 풀어 경제회생에 성공한 케이스”라며 “통화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