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을 위기의 늪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교육·주거·노후·부채 중산층 덫 실질적인 해소대책 적극 강구해야 전문가 “기업 생산성 높여 임금인상 선순환적 유인책 필요” 한목소리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가 ‘중산층 70% 복원’이다. 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을 늘여 내수의 활력을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주요 경제지표 상 중산층은 자녀의 교육비, 주거비, 불안한 노후, 부채 등의 덫에 걸려 위기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정이다. 구호만 무성한 셈이다.

국제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제2차 한국보고서 신성장공식’에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의 축은 ‘가계 부채’와 ‘교육비’라고 지목했다. 또 한국 중산층의 절반이상이 주택 구입자금과 자녀 교육비에 발목 잡혀 적자 상태라고 분석했다.

3일 오전 신도림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신묘년 새해 첫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경제난으로 한국의 중산층이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와 경제활동의 중심이면서 건전한 사회문화 형성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중산층이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 크게 늘어난 부채, 세금 증가에 고용불안까지 더해지며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3일 오전 신도림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신묘년 새해 첫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경제난으로 한국의 중산층이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와 경제활동의 중심이면서 건전한 사회문화 형성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중산층이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 크게 늘어난 부채, 세금 증가에 고용불안까지 더해지며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4년 사교육비ㆍ의식조사’의 분석결과,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월 소득 500만~600만원 가구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31만9000원으로 평균 24만2000만원보다 6만원가량 더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변화’에 따르면 중산층 가구의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 지출(정규 교육비에 보육비 및 대학등록금 포함) 비중은 1990년 13.4%에서 2013년 20.9%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고소득층 가구의 소비지출대비 교육비 지출 비중(1990년 13.2%→2013년 19.3%)보다 높은 수치이다.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대비(학원비ㆍ과외 등) 부담도 2013년 10.5% 으로 고소득층( 8.3%)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거=국토부가 발표한 ‘2014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자가보유율은 고소득층(72.8→77.7)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52.9→50.0) 및 중소득층(56.8→56.4)은 감소했다.

또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3년 중산층이 거주하는 평균 전세금은 1억1700만원이었다. 1990년 중산층 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89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 연평균 11.8%가 늘어났다. 중산층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보증금은 1990년 1.1배였지만 2013년에는 3.1배로 늘어났다. 이는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3년 1개월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한다는 의미다.

▷노후=보험연구원 강성호 연구위원은 ‘2013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현실적으로 중산층의 46.6%는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했다. 소득의 대부분을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로 지출하다보니 노후 대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베이버부머 세대(1955~1963년생)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장에서 밀려나 대거 창업에 나섰지만 실패 확률은 그만큼 높다. 이들 세대의 창업 실패는 노후 자산 소진으로 ‘신빈곤층’을 양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부채=매킨지의 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 가구의 55%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에 따른 대출금 상환과 사교육비가 중산층의 재무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명시된 한달 지출 기준 적자 가구는 24.5%다. 여기에 월별 지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액까지 반영하면 30.3%가 적자 가구에 새롭게 포함된다. 중산층의 54.8%가 벌이보다 씀씀이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분위 4분위(연간 소득 4320만~6600만원) 2012년ㆍ2013년 소득분위 가계부채 증가폭은 646만원으로 1분위 142만원, 2분위 389만원 3분위 339만원 등과 비교할 경우 월등히 크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임금을 높이는 선순환적 유인책의 필요성을 한결같이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중산층부터 소비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우선 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지갑을 닫다보니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이유다. 성 교수는 “중산층이 소비를 늘리려면 기업이 영업 이익을 내 임금을 올려줘야 가능하다”며 “결국 내수를 살려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선별적 복지를 통해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편입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취업 훈련, 교육 등 고용 관련 복지를 선별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정비해 고소득층에 집중된 공제 대상을 손질하고, 보험료나 교육비 등 특별공제 항목의 대상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배문숙·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