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섹션]미국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이면서 대선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 공용이메일이 아니라 ‘개인 이메일 계정’을 이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미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공화당은 정부기록물로 간주해 보관돼 있어야 할 클린턴 전 장관의 메일이 저장돼 있지 않은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일 ‘힐러리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도 공화당의 힐러리 때리기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논란은 2013년 초 물러난 클린턴 전 장관이 약 4년간의 재직 기간에 관용 이메일 계정을 따로 만들지 않은 채 개인 이메일만 사용했으며 심지어 개인 이메일을 국무부 서버에 저장하지도 않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일 처음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미 연방기록법은 연방 정부 관리들이 주고받은 편지나 이메일은 정부기록물로 간주해 기밀이나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관함으로써 의회 위원회나 역사가, 언론인들이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클린턴 전 장관은 NYT의 의혹제기 이틀 후인 4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이메일 5만5000 쪽 분량을 공개하라고 국무부에 요청했지만, 공화당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오히려 “수개월 분의 이메일이 실종됐다”면서 벵가지 사건 발생 당시의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기록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벵가지 사건은 9·11 테러 11주년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반군이 벵가지 미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실패 사례로 지목된다.
미 하원 벵가지특위의 트레이 가우디(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위원장은 지난 8일 CBS 방송 인터뷰에 나와 “과거 클린턴 전 장관이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휴대용 단말기(휴대전화)를 쥔 채 비행기를 타고 리비아로 가는 날아가는 장면을 기억할 텐데 그날의 이메일이 없다. 사실 그날 이후의 이메일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클린턴 전 장관이 일부러 벵가지 사건 관련 이메일을 제출하지 않는 것이라면 범죄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까지 공개석상에 나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정확한 의도와 공세 향방을 우선 가늠해 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정가에서는 공화당이 클린턴 전 장관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벵가지 사건 관련, 이메일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측이 벵가지 사건 관련, 이메일을 특정해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벵가지 사건 당시 이메일 존재 여부가 확실치 않고, 당시 이메일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아주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어 공개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측이 벵가지 사건 당시 이메일 공개를 압박하는 것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내용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실패 사례를 재론해 현 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겼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힐러리 전 장관이 이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NBC 방송에 출연해 “이메일 사용 관련 규정이 모호하고 특별한 관련 법률도 없는 만큼 클린턴 전 장관이 어떤 법률도 위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클린턴 전 장관이 지금처럼 계속 침묵하면 (정치적으로) 다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이 직접 나와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test1018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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