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몇 백 명 아이들의 깊은 물 속/배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는/온 나라가 눈물과 분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신경림)
“꽃 이름 외우기 싫다/이름이 없어도 있어도 다 같이 살아 있는데/신은 명명 이전의 혼돈된 세계에서 다만 졸고 있으라”(다니카와 슌타로)
한국 시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과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대시(對詩)로 문학적 교감을 나눴다.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예담)는 두 거장이 2014년 1월부터 6개월 간 전자메일로 시를 나눈 대시가 중심을 이룬다. 아이디어는 일본의 전통적 시 창작 기법에서 나왔다. 신경림 시인에게는 처음 써보는 대시였지만, 관념적인 언어를 즐기지 않는 두 시인의 성향상 곧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시간을 거슬러 역사적 아픔을 머금은 조선백자 항아리로 운을 띄운 다니카와 시인의 슬픈 어조를 신경림 시인의 건강한 화답이 감싸면서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삶과 시대적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후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충격은 신경림 시인의 시를 비통함으로 채우고, 이에 위로를 건네는 다니카와 시인의 시에 절망과 아픔으로 드러나며 대시는 큰 울림을 준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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