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암울한 시대였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대학생들은 거리로 나가 울부짖었다. 치열하게 달려도 달라지지 않는 시대적 상황에서 유일한 도피처는 그들만의 울타리를 공고하게 만들어준 대중문화였다. ‘시대의 우울’을 안고 피어난 이들의 문화는 그 어느 시기보다 낭만적이었다. 1989년 6.29선언으로 독재정권이 두 손을 들기 전까지 그 안에서 피어난 대중음악은 그 어느 시기 못지 않게 깊고 풍요로웠다. 1970~80년대 20대를 보냈고, 2015년 이 나라의 경제를 꽃 피웠던 부모 세대의 대중음악이 유일하게 흘러나오는 창구가 있다. 2004년 11월 6일 첫방송, 20일 500회를 맞는 KBS 1TV ‘콘서트 7080’이다. “7080세대, 우리 세대의 음악이 젊은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속된 말로 구린 게 아니에요. 장르도 다양했죠. 록부터 블루스까지 사랑받는 시대였어요. 전 종종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풍요로운 문화를 누리고 자랐다는 것을 자랑해도 된다고요. 엄마, 아빠가 젊었을 때 들었던 음악을 들어볼래? 너희들이 듣기에도 손색 없을 거야.” ‘콘서트 7080’의 MC로 프로그램을 500회 동안 이끈 MC 배철수는 이 프로그램이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70~80년대 나왔던 음악들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TV에서 1시간이나 이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그 시절을 살았던 배철수 역시 80년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였다. 록그룹 송골매로 시대가 사랑했던 배철수는 그 때의 음악을 브라운관으로 가져왔다. 그게 벌써 11년째다. 컴퓨터 기계음이 난무하고, 아이돌그룹이 득세하는 가요계에서 ‘콘서트 7080’은 ‘복고의 진원지’이자, 미사리 라이브 카페를 통해 흘러나왔던 70~80년대 음악을 양지로 끌어올린 프로그램이다. 배철수는 “10년 전 처음 이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7080이라는 단어가 보통명사가 되다시피 했다”며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꼭 추억만 먹고 살아야하는가, 추억만 팔아먹으면서 소비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 때를 향유했던 가수들이 유일하게 TV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지만, 7080 문화가 붐처럼 일어난 이후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드는 것이 ‘추억팔이’에만 그쳐선 안 된다는 진지한 고민이 묻어났다. 긴 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배철수는 “처음엔 동료들을 만나러 오는 길이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음악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콘서트 7080’은 진부한 게 아닌가, 계속해서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특정 시대의 음악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끊임없이 젊음과 소통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MC로서 가지는 당연한 아쉬움이었다. 배철수의 고민과 함께 프로그램은 사실 조금씩 진화했다. ‘콘서트 7080’은 ‘70~80년대에 20대를 보낸 현재의 중년세대’를 위한 방송이지만, 이제는 ‘70~80년대생(20~40대)까지 아우르는 방송’으로 현재와 소통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흐르니 프로그램도 달라지고, 출연자의 폭도 넓어졌다. 국내 방송에선 유일하게도 아이돌이나 인디밴드로 활동하는 젊은 가수와 7080 가수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진기한 무대다.

“우리 세대는 팝부터 샹송, 깐소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문화를 만들었어요. 앞으로의 ‘콘서트 7080’은 우리 세대에게, 우리 세대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의 저변을 넓혀가야 하는 거죠. 8090의 음악 역시 ‘콘서트 7080’에서 담기 위해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내 나이가 되면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없다”며 “내일 아침에 눈을 떠야 살아있는 것”이라고, “500회를 맞았지만 1000회 앞까진 바라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배철수 안에 프로그램에 대한 발전방향은 이미 그려져 있었다.

21일 방송분을 통해 500회를 맞는 ‘콘서트 7080’은 아주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100회부터 500회까지의 생일마다 프로그램을 찾아왔던 김수철은 인디밴드 ‘크라잉넛’과 콜래버레이션 무대를 마련했고,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은 오랜만에 화려한 댄스 무대를 선보인다. 가수 성시경, 장기하, 걸그룹 씨스타 효린이 송골대 트리뷰트 무대의 보컬로 서고, 이들과 함께 드림밴드로 신대철(기타), 신석철(드럼), 강호정(키보드)이 무대를 꾸민다. 완벽하게 신구가 조화를 이룬 무대가 한 시간 동안 펼쳐질 예정이다. 배철수는 500회 특집 ‘콘서트 7080’이 “향후 이 프로그램이 가야할 이정표를 제시하는 특집이 될 것”이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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