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64)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둔 9일 새벽 유서를 남기고 잠적하면서 자원외교 등 향후 검찰의 사정(司正) 수사에도 돌발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 측은 성 전 회장의 잠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경찰의 추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아들은 이날 오전 8시 6분 강남구 청담동의 자택에서 그의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 6일 250억원 횡령과 800억원 융자 사기, 95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성 전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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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재무ㆍ경영 상황을 조작해 한국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국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등에서 자원개발 사업 명목으로 800억여원의 정부융자금과 대출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성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왜 내가 자원외교(비리 의혹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다. 어떻게 MB 정부 피해자가 MB맨일 수 있겠나”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또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진실을 꼭 밝혀드리겠다”며 여러 차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자신이 평생 동안 쌓아올렸던 경남기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도 그의 상실감을 더 키웠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검찰 측은 성 회장이 유서를 쓰고 잠적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긴밀히 공조해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외교 등 사정 수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성 전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정ㆍ재계 인사들과 친밀한 교류를 이어오는 등 이번 수사 확대의 열쇠를 쥔 인물로 평가돼 왔다. 성 전 회장이 부재할 경우 수사 속도 또한 상당히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검찰 수사선상에 대거 이름을 올렸던 TK(대구ㆍ경북) 등 주요 인사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피의자로 지목된 한 기업인은 “지금까지 받은 수사들에서도 무혐의로 나왔는데 또 이름이 오르내려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한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전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기한을 넘겨도 피고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취소하고 기존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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