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T.S.엘리엇)고. 열두 장의 달력을 넘겨 다시 4월,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은 계절 앞에서 꾹꾹 눌러왔던 슬픔과 우리를 끝없이 괴롭혀온 자괴와 수치도 새삼스레 도드라진다. 믿기 힘든 후진국형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고, 그 날의 비극에 멈춰버린 시간을 살아가는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서지만 봄바람에 그들의 목소리는 소리없이 흩어진다.
세월호 1주기를 맞으며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통의 기억’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을 돌아보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여전한 비극 속에 살아가는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KBS는 오는 16일 ‘세월호 1주기 특집’ 1부가 될 다큐멘터리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기억’(16일 오후 6시)에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지난 일 년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나눈다. SBS ‘궁금한 이야기Y’의 17일 방송에선 아들을 잃고, 팽목항부터 광화문까지 무려 30만번, 3보1배를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본다.
대형참사를 맞고도 달라지지 않는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을 향한 대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KBS2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60분’은 18일과 25일에 조금도 나아진게 없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참사를 돌아보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길잡이를 제시한다. 18일 방송될 1부 ‘왜 참사는 반복되나?(가제)’에선 21년 전 군산 앞바다에서 일어났던 서해 훼리호 참사부터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까지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을 곱씹으며 경각심을 깨운다. 2부 ‘참사의 전조’에서는 붕괴 직전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회를 위협하는 건축물의 위험실태를 진단한다.
MBC에선 16일 편성한 ‘재난 특별기획 기적의 조건’을 통해 무능하고 부실한 대한민국 재난방재대처 시스템 구축에 실마리를 내놓는다. 2009년 기장의 적절한 대처로 승객 전원을 구했던 ‘유에스(US)항공 허드슨강 불시착 사건’ 등 해외의 사건을 거울로 삼는다.
대참사 이후 찾아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고통의 시간들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두 편의 특집물에 담긴다. KBS에서 16일 밤 10시 방송될 ‘세월호 1주기 특집’ 2부인 ‘함께 하겠습니다’를 통해 세월호 이후 남겨진 과제와 대참사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해법을 찾는다. SBS에선 16일 밤 11시15분에 다큐멘터리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을 방송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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