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현행 1.75%로 동결했다. 지난 3월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이후 두달째 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한 데엔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 조짐을 보이는 등 경기가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내외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원/엔 재정환율에 대한 우려감, 부진한 수출경기 등으로 인해 한은이 앞으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물경기 회복세…이달 말까지 경기지표 확인=한은이 시장의 예상대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완만하게나마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효과가 실물경기를 중심으로 한 소비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3월 중 내수가 민간소비 등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으로 모니터링 되었다는 대목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 등 정책 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낙관적인 경기인식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실제 최 부총리는 지난달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2분기에는 1% 이상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분기로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실물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도 지난달 말 경제동향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 2분기의 경기흐름이 앞으로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수출이 4개월 연속 역성장에 머물러 있지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은 만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선 이달말까지 나오는 각종 경기지표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 “기준금리 더 내려라”…확장적 통화정책 압박=한은의 이같은 판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한은이 빠르면 6월, 늦어도 하반기엔 추가로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투자, 수출입, 물가 등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지표가 대부분 역성장을 하거나 지극히 부진한 수준이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기준금리를 더낮춰 미약한 경기개선 흐름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책 당국의 낙관적인 경기인식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에 불을 지피기 위해선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대내외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해 우려를 표한데다, 지난 14일에는 최 부총리가 “IMF도 경기 보완적 거시정책을 펴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자리 잡을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성장 모멘텀이 정체됐다는 이유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추면서 통화ㆍ재정을 활요한 부양책을 주문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최근 미국 연준 경기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로 수출기업 경쟁력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 정책, 910원 근처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원/엔 재정환율 등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우호적인 상황을 낳고 있다. 게다가 시장에선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춰 경기개선 흐름을 뒷받침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세차례의 금리인하 이후 유동성의 효과가 경기보다는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초점이 경기에서 자산시장과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석희 기자/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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