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H스포츠=박철민기자] 4일 쉰 자와 4위를 향한 자의 맞대결은 싱겁게 1-1로 종료됐다.
이번 무승부로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스티븐 제라드의 마지막 선물이 될 것 같았던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물 건너갔고, 유로파리그라도 진출한다면 리버풀로서는 다행이다.
첼시는 평소에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선발기회를 줬다. 필리페 루이스, 존 오비 미켈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유망주 루벤 로프터스-칙이 당당하게 선발로 나섰다. 로프터스-칙은 59분간 경기를 소화하며 27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모두 성공시키며 100%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첫 선발 데뷔전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크게 밀리지 않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리버풀은 5백이 아닌 4백으로 임하면서 리키 램버트를 선발로 기용했다. 라힘 스털링에게 크랙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날 주심을 맡은 안드레 마리너의 첼시 그리고 리버풀전 기록지다. 첼시와 리버풀 모두 마리너 주심 경기에서 각각 5패를 당했다. 아스날 팬이라면 이 주심이 익숙할 수도 있다. 첼시전에서 옥슬레이드 체임벌린과 키에런 깁스를 혼동해 ‘대리퇴장’을 지시한 바로 그 주심이다. 마리너 주심은 그동안 보였던 모습과 달리 무난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원정이지만 승점 3점이 꼭 필요했던 리버풀은 시작부터 첼시의 패스 주공급원인 파브레가스를 4중으로 에워싸며 볼 배급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리그 후반기부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파브레가스는 리버풀의 압박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오스카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던 리그 전반기와 달리 첼시의 리그 후반기 경기를 보면 2선 공격수들끼리의 스위칭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윌리안이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오른쪽이 아닌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더 선호했고, 그에 따라 스위칭 공격 진행시 왼쪽이 비어버리는 장면이 종종 보였다. 이번 리버풀 전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파브레가스와 윌리안, 둘의 동선이 자주 겹치면서 리버풀이 비워놓은 왼쪽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선제골 장면을 다시 되짚어보면, 올 시즌 리버풀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수비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리버풀 수비수들은, 앞으로 쇄도하는 이바노비치 단 한명에게 시선을 빼앗기며 뒤에서 다가오는 테리를 놓쳐버린다. 주마가 테리의 앞에서 스크린 플레이를 효과적으로 잘 수행해주기도 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집중력 부족은 리버풀의 올 시즌 최대의 숙제였고 시즌이 마무리 되어가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의 문제는 단순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본래 오른쪽 수비수로 뛰던 글렌 존슨이 최근 왼쪽 수비수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늘 뛰던 습성 때문인지 수비 상황에서 본인의 자리를 벗어나 중앙 혹은 오른쪽에 심하게 치우쳐서 수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장면이 후반 10분, 12분 연달아 반복됐고, 그 이후 리버풀의 오른쪽은 첼시에게 집요하게 공략당했다.
리버풀은 또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굉장히 넓은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로저스 감독이 의도적으로 넓게 가져갔을 수도 있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보다 2선 공격진이 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첼시의 전술을 감안했을 때, 일부러 간격을 넓게 가져간 거라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첼시도 이러한 상대팀의 허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1.5군 스쿼드로 경기에 나섰지만 윌리안과 아자르는 여전히 선발로 나서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볼을 놓치거나 미끄러지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지친 모습을 보이며 리버풀 수비진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4일간의 휴식기간이 아자르에겐 그렇게 큰 약이 되진 않았나보다.
파브레가스는 확실히 좌우중앙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중원 사령관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아자르나 윌리안은 본인들의 측면에만 주로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즌 초반의 모습과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리버풀의 2선 공격수도 같이 비교해보자면, 스털링과 쿠티뉴는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털링은 본인이 출전한 오른쪽보다 왼쪽과 중앙에서 더 자주 보였고, 쿠티뉴는 중앙과 왼쪽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쿠티뉴와 랄라나가 공격 전개시 다소 동선이 겹쳤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존 오비 미켈은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수치상으로 봤을 땐, 태클도 6회로 많고 패스 성공률도 준수하기에 보통 이상의 활약을 하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미켈은 첼시의 수비상황에서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한, 미켈의 패스는 사실상 백패스가 대부분이었기에 패스성공률 92.6%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두 장면을 비교해보자. 비슷한 상황이지만 미켈의 포지션은 별 차이가 없다. 올 시즌 내내 첼시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마티치는 풀백의 부재시 빈 공간을 채워주는 반면에 미켈은 같은 상황에서 본인의 자리만 지킬 뿐, 상대팀 선수에게 압박을 가하지도 붙어주지도 않았다. ‘산책’이란 표현이 미켈이 보인 경기력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또한 미켈은 제라드의 동점골 장면에서 제라드를 마킹해야 했지만, 순식간에 제라드를 놓쳐버리면서 제라드가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헤딩할 수 있게끔 공간을 헌납했다.
미끄러짐 방지라는 표지판을 직접 제작해온 첼시 팬들이 제라드의 마지막 길에 기립박수를 쳐준다고 한 들, 제라드에게 큰 감흥이 와 닿을리는 만무하다.
사실상 경기 전체를 리버풀이 주도했음에도 고질적인 수비문제 그리고 미숙한 골 결정력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돌아보면 리버풀 그리고 첼시 어느 팀 하나도 특출나게 “잘했다”고 볼 수 없는 경기였다. 예전 이름값에 비춰보면 지극히 평범한 경기 중에 하나였다. 이야기 거리를 만들자면 각 팀의 주장들이 서로 한 골씩 교환했다는 점, 그리고 제라드는 작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당한 치욕을 어느 정도 갚았다는 점이겠다.
리버풀은 5위 사수를 위해 다가오는 일요일 새벽 1시 30분(한국시간) 홈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만난다. 첼시는 19일 새벽 4시(한국시간) 웨스트브로미치 원정을 떠난다. 사실상 팀 순위가 결정된 이상, 남은 기간 두 팀이 얼마나 뛰어난 경기력으로 팬들을 감동시킬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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