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케이블 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에서 배우 서현진이 연기하는 백수지는 ‘삼포세대’의 아이콘이다. 취업, 연애, 결혼도 포기한다는 바로 그 삼포세대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다르다. 허울은 좋다. 직장은 없어도 직업은 있고, 꿈에 그리던 왕자님과 연애도 한다. 그런데 백수지의 현재 상황을 보면 대체 왜 우리 시대 청년들이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는 ‘삼포세대’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만약 그 삼포세대가 연애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군가는 백수지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백수지의 하루하루는 참 팍팍하다. 말이 좋아 ‘작가’, ‘프리랜서’지 고정 수입이 없어 신용카드 한 장을 만들지도 못 하고, 기껏 일을 해놓으면 원고료를 김 세트로 받기 일쑤다. 월세 33만원이 없어 집주인을 피해다니다 겨우 꾼 돈으로 한 달을 버친다.

근근히 버티고 있는 백수지가 먹고 살 걱정 없는 환경에서 성장해 행정고시를 통과하고 세종시 공무원이 된 남자(권율 분)과 연애를 시작하자, 속앓이가 심해졌다.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남자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100만원 짜리 자전거를 구입해야 하고, 백패킹이 뭔지도 모르면서 침낭 등 각종 장비를 갖추기 위해 또 불필요한 지출을 한다.

짝사랑 상대와 시작한 연애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페이스북’도 아니면서 ‘좋아요’를 연발하는 통에 백수지는 남자친구에게 끌려다녀야 하는 초호화 데이트에 싫은 내색도 못 한다.

40만원 짜리 고가의 목걸이를 선물받고 나니, 자신도 무언가를 해줘야한다는 부담에 로봇청소기를 선물한다. 40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을 지불하는 오페라 공연을 보고, 50만원을 넘기는 프랑스 요리를 먹어야 하니 정상적인 여자라면 이 상황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연애가 쌍방통행이라면 일방적으로 받고, 얻어먹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니, 백수지의 통장은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불편한 것은 가진 게 없어 50만원 짜리 저녁식사값을 선뜻 내지도 못하고, 남자친구의 등 뒤로 물러서야 하는 상황이다. 서러운 현실에 백수지는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백수지의 몸부림은 집주인과의 ‘딜’이었다. 보증금 100만원을 미리 달라고 하는 대신, 월세를 1만원씩 올리자는 제안이었다. 흔쾌히 받아들인 집주인은 백수지의 통장으로 다음달 월세를 제외한 금액을 입금했다. 백마 탄 왕자님의 수준에 맞춰 자신도 40만5000원 짜리 로봇 청소기를 선물하고, 관리비와 휴대폰 요금, 건강보험료를 내고 나니 이번달 잔고는 1만 7620원이었다.

생활방식부터 환경, 수준까지 교집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격차만 실감하는 연애 덕에 백수지의 한 달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같은 환경과 조건의 사람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백수지의 현재를 놓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표현할 수만도 없다.

다만 드라마는 딱 하나, 이제는 귀가 닳도록 들어온 ‘삼포세대’, 나날이 더 힘들어져 인간관계와 집까지 포기한다는 ‘오포세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칠포세대’라는 용어가 왜 등장할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자칫 절망과 비관으로 흐를 수 있는 2030세대의 뼈 아픈 현실은 ‘먹방’에 로맨틱코미디, 스릴러를 결합한 드라마의 잘 먹고, 잘 웃고, 힘들어도 연애도 하고 있는 백수지를 통해 엮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재 ‘식샤를 합시다’는 2%대의 시청률을 넘어서며 인기를 얻고 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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