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보험은 모든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예상치 못한 각종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경제제도다. 보험제도는 우연한 사고로 인한 경제 생활의 위협을 보호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보험계약자는 일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기간 동안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아 경제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기본개념이다.

하지만 보험의 사행성(?)으로 인해 보험계약자는 적은 보험료를 지급하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해 이른바 사기를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받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고 있다. 보험사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범죄다. 좋은 취지의 보험제도를 악용해 이를 남용함으로써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개발원이 공동 조사한 보험사기 실태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기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기로 인한 누수금으로 인해 가구당 20만원 가량이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보험사기 규모도 문제지만 날로 흉포화, 지능화되는 보험사기 수법도 걷잡을 수 없이 진화되고 있다. 이 처럼 보험사기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는 원인은 많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대처 방안이 미약하기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보험사기 실태를 점검하고, 효율적인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흉악ㆍ과감해지는 보험사기…병들고 있는 한국=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보험사기라는 개념이 소개된 것은 지난 1924년 4월 2일자 매일신보에 게재된 ‘보험외교원(보험모집인)의 협잡’이란 기사에서다. 이 사건은 보험외교원 조씨가 송씨 등과 공모해 1923년 8월께 수원군 마도면에 사는 이씨의 처가 위독하다는 것을 알고 다른 여자를 이씨의 처 인것처럼 속여 양로보험을 5000원에 계약한 후 몇 개월이 지나도록 이씨의 처가 사망하지 않자 1923년 10월께 살아있는 이씨의 처가 사망했다고 허위 사망신고를 당국에 제출하고, 보험금 5000원을 편취했다가 발각돼 징역형을 받은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보험범죄 또는 보험사기는 보험이란 제도와 관련 깊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보험범죄와 달리 몇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피해가 간접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는 외견상 보험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보험료 인상을 통해 보험계약자 전체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것. 때문에 보험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넘어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보험사기의 피해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블특정 다수에게 전가되고, 또한 그 피해 액수도 적기 때문에 모든 보험계약자가 그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고 경우가 많다. 만일 그 피해를 인식하더라도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향이 컸다.

또 보험사기 수법이 복잡하고 다양하며,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는 다른 범죄의 결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살인ㆍ방화ㆍ문서위조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등 범죄 자체가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이 일상생활 주변의 모든 위험을 담보하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해 보험사기 역시 그 수법이 매우 다양해지고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범행이 점점 기업 및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는 보험사고를 가장 또는 보험사기 범행혐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사기는 보험약관 또는 보험계약 내용이 복합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 등 보험관련 종사자의 묵인, 방조 및 교사, 나아가 이들의 공범행위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보험사기는 폭력조직, 병의원, 자동차 정비업체, 택시기사, 탈북자, 가족간 집단 보험사기 등 다수인이 개입된 전문보험사기단이 출현하는 등 점차 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형 손보사 한 고위관계자는 “보험사기의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조직화되면서 수법이 점점 흉악해지고 있어 보험사기 방지 전담 상설 기구 설립 등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고 있는 보험사기 금액만 3조5000억원…한 가구당 20만원씩 부담=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이 연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체국과 수협공제를 포함해 민영보험의 보험사기 규모는 2010회계연도 기준 3조4105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 가구당 20만원 가량을 부담하는 규모다. 이를 인당 부담액으로 산출하면 약 7만원 정도가 보험사기 누수금으로 인해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보험사기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06회계연도 기준 보험사기 추정금액은 2조2303억원에 달했다. 반면 2010회계연도 기준 보험사기 추정금액은 무려 3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4년만에 1조802억원, 약 53%가 급증했다. 가구당 부담금액 역시 2006회계연도 기준 14만원에 불과했으나, 1년에 10%씩 늘어 4년만에 무려 42.8%가 증가하는 등 20만원에 육박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체국과 수협공제를 제외한 순수 민영보험의 사기규모는 약 3조15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기 적발규모도 늘고 있다.

2013년 기준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의 4533억원에 비해 14.5% 늘어난 규모로, 보험사기 추정금액의 16.2%에 해당되는 규모다. 적발금액에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비교하면 손해보험 영역의 보험사기 피해가 크다.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43억4700만원으로, 전체 금액의 14.3%에 불과했다. 반면 손해보험은 나머지 85.7%로, 약 4444억6130만원이 보험사기로 인해 잘못 지급된 보험금이었다.

적발인원은 다소 줄었다. 보험금 적발금액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당 사기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적발인원에 있어 생명보험은 4000여명 수준으로 조사됐다. 반면 손해보험은 생명보험의 약 10배 수준에 달해 7만명 수준에서 많게는 8만명을 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는 개인의 단독범행이 아니라 일가족, 동네 전체, 전문브로커 등에 의한 조직적인 범행 행태를 띠고 있다”면서 “보형태가 날로 잔혹하면서도 흉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보험금 청구권자 등의 기망으로 인해 보험사기 혐의가 인정되어도 실정법상 보험사기에 대하 처벌규정도 없고, 처벌을 한다해도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해 범죄에 대한 두려움 등 인식이 약한 편”이라며 “보험범죄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보험사기 예방특별법 제정 등 법적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