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 마윈 창업자 기자회견, 한국어 “감사합니다” 발언에 담긴 깊은 의미는 - 상품 판매 플랫폼 넘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ㆍ잠재고객 확보 등 - 한국 콘텐츠 기업에도 관심…마윈의 ‘문화제국’ 전략 본격 시동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Thank you, 감삽니다”

19일 오후 3시께, 세번 째로 한국을 찾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51) 회장이 서울 하얏트호텔서 열린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마 회장은 17일 입국 후 계속된 일정으로 피곤할 법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억양과 눈빛엔 나름대로 진정성도 묻어났습니다.

물론, 방한한 외국인이 공식석상에서 ‘고맙다’고 건네는 것 쯤 대수롭잖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마 회장의 감사 메시지는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회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회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무슨 뜻이냐구요.

마윈은 단순히 ‘상품 장사’만을 위해 이 땅을 밟은 게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시험대로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나아가 그가 세운 알리바바는 거대한 ‘문화제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보유 자산 39조7000억원(364억달러)인 중국 대표부호가 한국 방문을 전후해 어떤 의도와 전략을 내보였는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티몰 한국관’은 빙산의 일각?=마윈이 이번 한국방문에서 보여준 건 무엇이었을까요. 표면적으론 ‘티몰(T-mallㆍ톈마오(天猫)) 한국관’이 있습니다.

티몰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B2C(기업 대 소비자)장터입니다. 마 회장과 알리바바 입장에서 티몰은 대표적인 효자사업입니다. 티몰 매출규모는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 ‘타오바오(淘寶)’에 이어 알리바바 그룹 내 2위입니다. 티몰의 상품거래총액(GMV)도 작년 기준 134조원(7630억위안)에 이릅니다. 조회 수는 1억뷰를 넘었습니다.

이렇게 큰 장터에 한국 상품만 취급하는 전용마켓이 18일부터 문을 연 겁니다. 알리바바 해외사업제품부 관계자는 “작년 11월11일 중국 ‘솔로데이’ 당시 매출 1위품목은 한국 유명기업의 한방화장품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티몰 한국관이 알리바바에 들어오는 중국 소비자의 구매욕을 강하게 자극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겉핥기로 보면 겉모습만 보입니다. 마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브랜드와 비전을 좇는 마윈=그가 이곳에서 노리는 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닙니다. 자신의 기업, 그리고 이 회사의 청사진을 봤습니다. 말 그대로 한국은 시험대인 셈입니다.

우선, 마 회장은 알리바바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기회를 여기서 찾았습니다. 실제 그는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열린 티몰 한국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티몰을 통해 한국 정품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만족스럽다. 티몰 한국관은 알리바바 그룹의 첫 공식 국가관이다. 알리바바 그룹은 앞으로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한국관과) 유사한 국가관을 설립해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서 ‘정품’이 중요한데요. 마 회장이 이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방한을 ‘알리바바=짝퉁 플랫폼’ 등식을 깰 전환점으로 보고 있단 방증이죠.

현재 알리바바는 이처럼 달갑잖은(?) 논란에 싸여 있는 게 사실입니다. 출처는 밝힐 수 없지만, 알리바바의 일부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이 다루는 물량 중 진품은 50%미만으로 집계됐다는 한 기관의 내부보고서도 있습니다.

기자들도 이 문제를 제기합니다. 마 회장은 “모조품은 암적인 존재”라며 “1인당 GDP규모가 5000달러 선인 국가(현재 중국을 의미)의 경제 생태계에서 가짜상품 문제가 제일 심하다”고 전제합니다. 이어 “알리바바는 10여년의 노력을 거쳐 모조품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회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회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마 회장은 한국에서 ‘청년’이라는 잠재고객도 확보할 예정인데요. 알리바바는 7월부터 한국 대졸자를 대상으로 중국 본사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는 사업에 뛰어든 청년층의 성장을 매우 중시한다”며 “인재투자의 차원에서 이들에게 접근 중”이라고 밝힙니다. 이어 “한국 대졸 인턴들도 ‘무료’로 활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알리바바에서 인턴십을 마친 이들은 향후 창업을 거쳐 티몰 한국관에 입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플랫폼의 활용방법을 누구보다 잘 터득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이 뿐 아닙니다. 마 회장은 한국 젊은층의 IT서비스 창업 지원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결국 이들 모두는 한국 중소기업 창업자인 동시에 마 회장의 ‘예비고객’이 되는 셈입니다.

마 회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알리바바의 ‘100년기업’ 비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 기조연설을 통해 “기업이 30년 이상 생존하려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는 고용창출을 원한다. 중국에서 알리바바는 일자리 1400만개를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윈의 문화제국, 확장은 계속된다=그렇다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전부는 아니겠죠. 마 회장은 한국에서 자신의 더 나아간 비전을 이뤄줄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바로 문화 관련 기업인데요. 그는 19일 회견에서도 “문화 콘텐츠나 문화 혁신과 관련한 한국 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밝힙니다.

실제 그는 스포츠ㆍ엔터테인먼트 등 이쪽 분야 사업에 끊임없이 투자 중입니다. 한국으로 오기 불과 나흘 전에도 마 회장은 이 방면에 돈을 쾌척합니다.

13일 마윈이 만든 사모펀드 ‘윈펑(雲鋒)’이 왕젠린(王健琳ㆍ61) 완다그룹 회장과 함께 1401억원(8억위안)을 들여 중국 온라인 인터테인먼트업체 러스(樂視)그룹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구체적으론 러스그룹 자회사 격인 ‘러스 스포츠 TV’에 손을 뻗친 것입니다. 이번 투자로 마윈의 사모펀드는 7.8%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왕 회장 측의 지분율은 11.4%입니다.

투자액수가 아주 큰 편은 아닙니다만, 이번에 마 회장이 투자한 이 스포츠 채널은 최근 중국 관련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입니다. 이미 전세계 정상급 경기대회 121개의 중계권을 획득했을 정도입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남극 빼고 세계 모든 곳에 진출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현지 언론들도 러스 스포츠TV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마 회장의 ‘구미’를 당긴 결정적 이유였다고 평합니다.

그의 사정을 잘 아는 중국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가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스포츠 분야는) 마윈의 ‘문화제국’ 형성에 필수요소”라며 “그는 이쪽 방면에서 전에 없던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찾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회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회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실제 마 회장 측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및 문화 관련 사업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2014년 3월부터 그가 이쪽 분야에 넣은 돈만 3조7700억원에 달합니다.

결국 그는 한국 등을 테스트배드로 삼아 ‘짝퉁’으로 얼룩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아울러 문화 관련 기업에 계속 투자해 알리바바의 비전을 실현하는 새 사업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아마도 이같은 청사진은 훨씬 전부터 윤곽이 그려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 매개는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입니다. 이들을 상대로 한 알리바바의 벽보광고가 명동 한복판에 붙은 지 꽤 됐습니다. 그곳을 지나는 한국인도 그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돼 왔습니다. 19일 마윈의 기자회견은 광고로만 접해 온 알리바바의 정체와 의도를 본격 공개한 ‘서막’이 된 셈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