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 금토드라마 ‘프로듀사’는 KBS 예능PD들의 일과 사랑을 그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별한 직업의 세계라고는 하지만 예능PD의 일만 그린다면, 이 정도의 반응이 나올 리 없다. 러브라인이 붙으니, 다음 회차가 보고싶어지는 드라마가 됐다.
박지은 작가는 적어도 두 가지는 참 잘한다. 멜로와 유머다. 드라마의 메시지와 깊이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멜로를 잘 붙이고 코믹한 상황을 잘 그리는 건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능국 PD들이 대놓고 연예하는 로코물 ‘프로듀사’가 로맨틱함과 코미디 양 쪽이 잘 결합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밥을 할 때도 뜸을 잘 들여야 하듯이 멜로도 뜸이 중요하다. 김수현(백승찬) 공효진(탁예진) 아이유(신디) 차태현(라준모)의 러브라인은 뜸이 잘 들어 케미가 제대로 살아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썼던 박지은 작가의 멜로는 세련되고 쿨하다. 그래서 신파와 감동을 버무린 여느 로코물에 비해 20~40대들이 훨씬 더 좋아한다.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제작하는 ‘프로듀사’는 특이한 점이 한가지 더 있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설정이다. ‘해피투게더’ 김광수 PD,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PD 등 실명들이 나오고, 박혁권이 연기하는 예능국 CP의 이름은 ‘무한도전’ 연출자와 동명인 김태호다. 그런 이유로 완벽한 인간으로 살지만 실제로는 매니저를 달달 볶는 ‘까칠시크’ 신디 역을 맡은 아이유가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하지만 박지은 작가와 표민수 서수민 PD가 완벽하게 이미지를 복원시켜 줄 것이다. 벌써부터 아이유가 맡은 신디는 어린 게 불쌍하고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 실제로 인터넷에는 ‘프로듀사‘ 현실판이 누리꾼들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백승찬 신입 PD는 ‘1박2일’을 연출하고 있는 유호진 PD와 닮았다고 한다. KBS 행정반 직원 고양미(예지원)의 모델이 된 직원은 실제로도 예지원과 비슷한 말투를 쓰고 있다.
서기철 아나운서가 연기하는 예능국장은 약간 어색해서 진짜 같은 캐릭터다. 김종국이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는 김홍순 PD도 내가 아는 KBS 예능국 PD와 많이 닮아있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생기는 엇박자와 남들은 모두 예능을 찍고 있는데 혼자서만 다큐를 찍고 있는 백승찬의 언밸런스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해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자리잡았다. 러브라인을 살리는 중심축은 뭐니해도 김수현이다. 아이유와 김수현이 사랑하고, 공효진과 차태현이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멜로구도라면 좀 싱거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김수현을 좋아하는 누나팬을 상당 부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김수현은 아이유와 공효진 양쪽으로 멜로가 걸쳐있다. 아이유는 김수현을 좋아하는데, 김수현은 아직은 그럴 마음이 없고, 김수현은 공효진 선배를 좋아하는데, 평소 차태현을 좋아하는 공효진은 뭔가 복잡해지고... 이게 현재의 멜로 상황이다. 김수현의 여자 흔들어놓기는 큰 힘을 발휘한다. 남자주인공 차태현의 멜로 입지가 상당히 걱정될 정도다.
김수현이 8회 끝부분에서 예능국 체육대회 축구경기의 승부차기에서 차태현 골키퍼를 상대로 주먹을 불끈 쥐고 최대한 힘을 실어 날린 승부차기가 성공한 듯 했지만, 에필로그에서 드러났듯이 차태현이 이를 힘겹게 막아낸 모습은 러브라인의 향방을 보여준다. 피곤한 표정의 차태현이 김수현의 날센 킥을 막아냈지만, 김수현은 아직 쌩쌩하다.
이렇게 김수현이 연하와 연상녀 양쪽으로 멜로를 걸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웬만한 남자주인공에게 멜로를 복잡하게 해놓으면 오히려 지저분해진다. 하지만 김수현만은 다르다. 그 이유는 공효진이 극중에서 대사로 이미 말했다. “애로 봤는데 뭔가 남자 같기도 해”(6회 탁예진이 백승찬을 두고 한 말)
사극 ‘해를 품은 달’과 영화 ‘도둑들’에 출연할 때도 그랬지만, 김수현은 겉모습은 아이 같은데, 가까이 가면 남자 스멜이 나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김수현이 연상녀와 멜로를 하면 효과가 최고라는 점을 제작진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백승찬이 PD가 된 이유도 짝사랑한 대학 선배인 예능국 PD 신혜주(조윤희)때문이다.
그러니 김수현이 6회말 공효진을 감싸안으며 했던 말인 “선배님도 이쁘십니다” “선배 저도 죄송합니다. 저도 사고칠 거 같아서요”는 대형사고나 다름없다. 사실 공효진도 이선균(‘파스타’) 차승원(‘최고의 사랑’) 조인성(‘괜찮아 사랑이야’) 등 연하남, 연상남을 가리지 않고 멜로가 자연스럽다. 공효진도 현실적이고 상황적인 감정을 워낙 잘 표현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감정을 드라마에 끌어들일 수 있다.
김수현은 어리바리하고 공효진을 감싸안는 손이 어색한 듯하지만, 순수함이 더해져 극강의 멜로 파워를 발휘한다. 앞으로의 러브라인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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