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H스포츠=김송희기자 ] "삼성올래?" 팬들에게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한 마디. 2011년 2월 19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만난 이승엽(당시 오릭스)에게 류중일 감독이 건넨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한 마디는 1년 뒤 현실이 됐고, 멈춰 있던 이승엽의 한국 무대 시계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2015년 6월 3일 이승엽이 KBO통산 400홈런을 때려냈다. 모두의 눈길이 모아진 그라운드에서 이승엽은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다이아몬드를 그렸다.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이승엽이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류중일 감독의 포옹. 짧고 투박했던 남자들끼리의 포옹이지만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진한 고마움이 묻어 나왔다. 그들의 인연은 이승엽이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현역 9년차. 선수와 선수로 만났던 두 사람은 선수와 코치가 됐고,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는 선수와 감독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가장 많이 기억하는 이승엽의 기록 순간에는 늘 류중일 감독의 포옹이 함께 했다.
대구 시민야구장이 온통 잠자리채로 뒤덮였던 2003년 10월 2일 삼성의 시즌 마지막 경기.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이 롯데 투수 이정민의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시즌 56호. 일본 프로야구의 오 사다하루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이승엽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를 돌았고, 당시 3루 주루 코치이던 류중일 감독을 끌어안았다. 이 홈런을 발판으로 이승엽이 일본으로 진출 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일본에서 최고의 명예와 바닥을 동시에 맛본 이승엽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 곳에는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코치이던 류중일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게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2010년 12월 10일 이승엽은 오릭스와 2년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1년 1월 5일 류중일 감독이 갑작스레 삼성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전해진 이야기로는 이승엽이 지인에게 "류 감독이 조금만 일찍 삼성 사령탑이 됐다면 오릭스와 계약을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몇 번 씩이나 말했다고 한다.
꿈만 같던 일은 현실이 됐다. 한국을 떠난지 9년만에 이승엽이 다시 파란 유니폼을 입게 됐고, 이승엽의 한국 무대 시계는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복귀한 이승엽은 또 하나의 홈런 신기록을 수립했다. 2013년 6월 20일 문학 SK전에서 상대 선발 윤희상을 공을 좌중월 3점포로 연결시킨 것. 자신의 KBO 통산 352번째 홈런이었다. 종전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의 기록을 새로 썼다. 그때도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을 포옹으로 맞이했다. 400홈런의 순간에도 마찬가지로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에게 포옹을 선물했고, 이승엽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을 포옹한 것은 '장하다' '훌륭하다' '기특하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 말고 해줄 것이 없더라."며 축하를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늘 "(이)승엽이의 자세가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감독과 선수의 관계 또한 KBO리그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게 아닐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이승엽이 써내려갈 대기록들에 류중일 감독의 포옹이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1> 통산 400호 홈런 친 이승엽 반겨주는 류중일 감독ⓒ삼성라이온즈 <사진2> 시즌 56호 홈런 당시 포옹하는 류중일 감독과 이승엽 ⓒ삼성라이온즈 <사진3> 통산 352호 홈런 당시 포옹하는 류중일 감독과 이승엽 ⓒ삼성라이온즈 kimsh@h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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