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 최근 한국 주짓수, 특히 브라질리안주짓수계가 혼란스럽다. 유러피안주짓수의 등장과 함께 주짓수의 아시안게임 채택, IBJJF서울대회의 개최와 그에 따른 주짓수계 내부의 편가르기 등이 이러한 혼란의 핵심이다.
이러한 혼란은 왜 생겼을까? 해결책은 없을까? 해결책을 찾기에 앞서 혼란의 원인부터 되짚어보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용어에 대한 정의와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짓수에 대해 이미 알고있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주짓수= 유술” 인가? 둘째, “주짓수=브라질리안주짓수” 인가? 이 글은 첫째, “주짓수(Jiu-jitsu, 또는 Ju-jitsu)와 유술(柔術)은 같은 말이다”, 둘째, “주짓수가 곧 브라질리안주짓수인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엄밀하게 따지고 들어간다면, 현재 국내 무술계에서 쓰이고 있는 ‘주짓수’라는 말은 일반적인 ‘유술’을 의미하는 경우보다는 유술의 한 부분인 ‘브라질리안주짓수’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짓수’라는 용어의 전파에 ‘브라질리안주짓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는 늦게 알려진 다른 종류의 주짓수들이 자신들도 역시 주짓수라고 부를 때, 그것을 막을 권리가 브라질리안주짓수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개인이 ‘BJJ’(브라질리안주짓수의 약칭 중 하나)를 자신의 것으로 상표등록하고 사유화해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주짓수, 유술이라는 명칭을 특정 분파에서 독점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브라질리언주짓수는 주짓수의 여러 종류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마치 극진가라테와 가라테의 관계와 같다.
한국인 최영의에 의해 창시된 극진가라테는 최강의 실전 가라테라고 세계 무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진가라테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극진가라테만이 가라테이고, 다른 가라테들은 가라테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진가라테를 하는 사람들이 다른 가라테를 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실전에서 증명할 수도 없고 약한 가라테니까 가라테라고 하지 말아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라테를 대표하는 국제조직은 극진가라테와는 관계가 없는 세계가라테연맹(WKF)이다. 대표인 총재도 스페인사람이고 본부도 스페인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라테 종주국 일본이 WKF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가라테계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가라테의 여러 분파들인 쇼토칸, 고쥬류, 시도칸 등을 포함해서 군소 가라테 분파 역시 국제스포츠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WKF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게 싫으면, 독자적으로 활동한면 된다.
가라테의 올림픽 정식 종목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WKF다.
이에 비해 극진가라테는 최영의 총재 사후에 마쓰이 쇼케이(문장규)의 극진회관, 미도리 겐지의 신극진, 로야마 하츠오(노초웅)의 극진관 등 몇 개의 분파로 나뉘어졌고 각각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무술가로서의 실력을 놓고 보자면, 마쓰이 쇼케이, 미도리 겐지, 로야마 하츠오 등은 존경받을만한 엄청난 실력을 가진 가라테인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 안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며, 올림픽, 아시안게임, 팬암게임 같은 국제대회의 정식 종목의 하나로서의 가라테를 논할 때는 이들 무도인들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WKF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자신들의 경기 종목 중 하나로 극진가라테와 흡사한 풀컨텍트 경기를 도입한다면, 그것 역시 극진가라테와는 상관없이 WKF에서 주최하고 주관해서 진행할 일이다. 물론 그 풀컨택트 경기에 극진가라테 출신이 참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회와 경기를 주관하는 주체(WKF)의 규정을 따른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브라질리언주짓수와 주짓수의 관계도 이와 같다. 주짓수, 즉 유술에는 브라질유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합기도와 일본 아이키도의 뿌리라고 알려진 대동류합기유술, 유도의 뿌리가 된 천신진양류와 죽내류 유술을 포함해 일본에는 많은 종류의 유술 유파가 현재까지도 남아있다.
최용술 선생의 기술을 잇고 있다고 자부하는 용술관은 자신들의 무술을 합기도라기 보다는 ‘합기유술’이라고 부른다. 공권유술 강준 관장은 공권유술을 코리안주짓수라고 홍보하고 있다. 일본 아이키도로부터 명칭을 도용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한국 합기도는 사실 처음부터 코리안주짓수라고 불렸어야 했을지 모른다. 태권도가 초창기에 해외에서 코리안가라테라고 불렸던 것처럼. 용무도는 내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용인대주짓수라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 주짓수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은 사실 한국 무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유러피안주짓수를 국내에서 대표하는 대한주짓수협회는 사실 유러피안주짓수와 그 동안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합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는 알려진 것으로 안다.
국제주짓수연맹(JJIF)의 승인을 받은 후, 빠르게 국내에서 세를 넓히다보니, 무리수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도자 자격을 부여하고 지부를 인정하는 경우도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것인가는 좀 생각해볼 문제다.
단기 지도자과정을 통해 빠르게 조직의 기본적인 기술과 방침을 전달한 후, 각 지역에서 도장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을 주어온 것은 유러피안주짓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합기도, 해동검도, 특공무술 등등 대부분의 국내 무술들이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지어는 브라질리안주짓수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주짓수가 보급되지 않은 지방에서는 파란띠, 심지어는 같은 하얀띠가 지도자로서 지부를 관리하고 주짓수를 보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일 것이다.
브라질리안주짓수가 브라질리안주짓수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무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승급 과정, 지도자, 상급자는 항상 스파링을 통해서 실력을 증명하고 보여주지 못하면, 그러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실력과 기간이 충족되지 않은 유색밸트가 브라질리안주짓수계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주짓수를 하루만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극진가라테를 하는 사람들이 대한공수도연맹이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브라질리안주짓수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짓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련하면 된다. 그리고 문디알이나 ADCC를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 그리고 만약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싶다면, 그 종목을 관리하는 단체에 가입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거 하나 없다.
브라질리안주짓수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역사도 짧고 실력도 믿을 수 없는 이상한 주짓수가 주짓수라는 이름으로 펴지게 되면, 진짜 주짓수인 브라질리안주짓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브라질리안주짓수가 아닌 주짓수의 활동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는 그냥 주짓수가 아니다. 정통 브라질리안주짓수다”라는 점을 최대한 홍보하고 그에 걸맞게 즐기면서 수련하면 그만인 것이다.
누구나 브라질리안주짓수를 배울 수는 있지만, 아무나 BJJ블랙벨트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브라질리안주짓수의 매력이 있다. 대한체육회에 가입되지 못했다고 해서 브라질리안주짓수가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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