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잠정 연기했다. 국민들은 더운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 않기를 빌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에 있을 아이들은 휴업으로 PC방을 떠돌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초 확진자가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한 이후 20일 동안 대한민국에서 나타난 변화다. 그 사이 메르스 확진자는 108명으로 늘었고 격리자만 3439명에 달하고 있다.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경기가 다시금 꺾인 것은 물론이다. 유통업계에선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때보다도 더 큰 수요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3차 확산을 우려해야 하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이 모든 원인은 하나로 귀결된다.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초전박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쟁 발생 초반에 확실하게 대응해 승기를 잡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 감염병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확실한 대응을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나 병원, 국민 개개인 차원에서나 초기 대응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병원의 경우 국민 보건의 최일선에서 각종 질병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에서 각종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메르스 의심 환자들은 병원을 찾았지만, 뚜렷한 설명없이 다른 병원을 전전한 사례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대규모 메르스 3차 확산 우려를 더하고 있는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에서도 메르스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일 발열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에서 2시간 넘게 머물고 중환자실에서 장시간 누워있기 까지 메르스 의심 환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관련 설문지도 작성하고 환자 가족에게 메르스 관련 질문을 여러차례 했지만, 옥천성모병원에서 왔다는 이야기만 할 뿐 메르스와 과련해 의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메르스 환자로 분류되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관련 질문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뒤늦었지만, 신규 환자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처한 병원도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지난 8일 메르스 임시 진료소를 찾은 남성을 문진한 뒤 음압 격리 병동으로 이송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에서는 더이상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지역 확산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등 초동 대처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병원의 초동 대처 실패에는 정부 당국의 안이한 생각도 일조했다. 감염병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초기 대응에 전력해야할 정부는 “환자 치료 병원에 대한 이름 공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병을 키웠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하고 감염의심자가 2400명을 넘어서야 정부는 지난 10일 전국에 메르스 전담병원을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병원’, ‘노출병원’, ‘안전병원’ 등으로 나눠 지정했다.
이는 지난해 4월과 5월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빠른 대응과 비교되고 있다. 당시 CDC는 메르스 발병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비행기 및 버스 탑승객들과도 연락을 취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등 확실한 초동 대처로 20일만에 감염 확산없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는 국민들의 안이한 보건의식에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대폭 개정된 ‘감염병 예방 관리법’에 따르면 국민은 국가와 지자체의 감염병 예방과 관리 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 중 메르스 의심 환자가 진료 가정에서 체류국이나 이전 진료 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민관군 합동작전으로 임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메르스와 전투에서 더이상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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